'천년을 울어/ 또 천년을 울어// 여기 찬 돌덩어리 속 울음으로/ 이토록 숭고한 아침 해돋이더냐// 고개 숙여 흐느끼어라// 그 언젠가 그대 여기 앉아/ 환히 환히 달 떠오르리라.'(고은 <석굴암> 중)

시인 160여명이 시를 통해 우리 국보 사랑에 힘을 보탠다. 한국시인협회는 총 4회에 걸쳐 전국 각지에서 시인들이 금동반가사유상,석굴암,다보탑 등 우리 국보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시로 노래하는 '국보순례 시낭송회'를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시낭송회를 주최하는 한국시인협회의 오탁번 회장은 "지난해 국보 1호인 숭례문이 화마에 무너져 내린 비극도 따지고 보면 우리 국민 모두가 져야 할 무한책임"이라며 "국보야말로 겨레의 유전자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눈앞의 풍경 요소나 진귀한 골동으로만 경솔하게 대해왔다"면서 이번 행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국보를 시로 읊는 건 아니다. 현존하는 국보 중 시적 형상화하기 좋은 국보를 선정,중견 시인들이 이를 소재로 창작시를 한편씩 썼다. 이렇게 쓴 시는 징에 시인의 육필을 살려 새겨진다. 협회 측은 "징은 숭례문 화마 같은 나쁜 기운을 쫓고 복과 안녕을 비는 악기라는 의미가 있다"면서 "악필임을 이유로 고사한 시인 한명을 빼고 나머지 시인들의 시는 모두 징에 새겨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지난달 23일 충청남도 공주시 국립공주박물관에서 연 시낭송회를 시작으로,이번 달 27일 경상북도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2차 시낭송회를 개최한다. 이날 시낭송회에는 김종길,고은,조오현,문인수,신달자,유안진 등 시인 26명이 참석해 국보를 노래한 시를 낭송할 예정이다.

신달자 시인은 '몇백년 발치부터 더듬더듬/ 정강이 살이 헐어,헐어도/ 닿지못하고/ 언제나 묵언수행으로/ 서서'라고 국보 제20호 불국사 다보탑을 기린다.

유안진 시인은 <성덕대왕 신종>에서 '끝없이 태어날 아기들을 위하여/ 끝없이 낳아 키울 어미들을 위하여/ 한 어미가 제 아기를 공양 바쳐 빌었어라'고 읊을 예정이다.

이후 7월25일에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3차 시낭송회,8월12~13일에는 강원도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국보의 원형 심상과 시적 상상력'을 주제로 한 세미나와 4차 시낭송회가 열릴 예정이다. 올해 가을에는 시를 새긴 징 전시회가 개최되고,연말에는 발표된 시를 묶은 시집이 발간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