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2일 외국인과 투신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1400선에 바짝 다가섰다. 투신의 매도를 유발했던 프로그램 매물 압박이 점차 완화되고 있고 펀드 자금 유출도 진정돼 투신권의 수급 여건이 나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지수는 16.37포인트(1.18%) 상승한 1399.71로 마감해 이틀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약보합세로 출발한 지수는 장중 개인이 순매수와 순매도를 오가는 사이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투신권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1400선 가까이 뛰어올랐다.

투신이 대거 주식을 사들인 덕분에 기관 전체로도 330억원가량 순매수해 8일 만에 매수 우위를 보였다. 특히 투신은 1400억원가량 순매수해 203억원 순매수에 그친 외국인을 대신해 시장을 주도했다. 현 · 선물 간 가격차에 따라 자동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1300억원가량 순매도로 끝난 것을 감안하면 투신은 거의 300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투신은 이날 정보기술(IT) 자동차 은행 업종 등에서 2분기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종목에 집중했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등 대형 IT주와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자동차 관련주,신한지주 KB금융 우리금융 등 은행주가 투신 순매수 상위 10위권에 포함됐다.

증시 분석가들은 5월 이후 박스권 장세를 거치면서 펀드 환매 물량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프로그램 매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수차익 거래잔액도 최저 수준이어서 투신의 매수 여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혜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주식형펀드에서 하루평균 1000억원 이상 자금이 빠졌다가 중순에 접어들면서 200억원대로 규모가 줄더니 지난 16일부터는 순유입세로 돌아선 점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수 1400선 근처에서 횡보장이 이어지면서 1350~1400선에 집중됐던 펀드 매물이 상당부분 소화돼 환매 압력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투신 매물이 많았던 반도체 은행 철강 조선 등의 업종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종규 현대인베스트먼트운용 대표는 "프로그램 매물이 어느 정도 소진돼 투신권의 운신의 폭이 조금은 넓어졌지만 펀드로의 자금 유입세는 아직 강하지 않아 추가 매수 여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