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 기아자동차가 40여년 전 일본 자동차회사들처럼 공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현대 · 기아차의 지난달 미국 시장 점유율은 7.3%였다.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포드 혼다 크라이슬러의 뒤를 이어 닛산과 공동 6위를 차지했다. 현대 · 기아차의 작년 점유율이 5%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이로운 수치라는 게 뉴욕타임스의 평가다.

뉴욕타임스는 또 현대 · 기아차의 무서운 기세가 40여년 전 도요타와 같은 일본 업체들이 미국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와 유사하다고 전했다. 일본 업체들은 미국 진출 초기 소비자들로부터 무시당했지만 지금은 약 4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GM 등 미국 빅3의 위축으로 현대 · 기아차가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현대 · 기아차와 같은 소형차의 인기 비결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극심한 경기침체로 몸집이 가벼운 소규모 업체들이 기회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미국 내 신차 판매량이 2년 전보다 40% 감소한 1000만대 수준으로 예상되는데,수백만대를 판매하지 않아도 수익성이 있는 현대 · 기아차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다. 미국인들이 브랜드보다 품질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통계 조사업체인 오토데이터의 론 피넬리 사장은 "요즘은 대부분의 회사들이 좋은 차를 만들기 때문에 고객들은 어느 브랜드가 어느 회사 소속인지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신차 구매 후 실직하면 중고차로 되사준다는 '현대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이 위력을 발휘한 데다 고급 차 '제네시스'로 이미지를 높인 것이 강점이다. 제시 토프락 에드먼즈닷컴 분석가는 "현대 · 기아차는 일본이나 미국 차 업체보다 훨씬 많은 대당 3200달러를 인센티브로 제공하고 있다"며 "지금이 점유율을 끌어올릴 완벽한 기회"라고 했다.

불황 속에서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자동차업체들도 점유율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한국과 유럽 업체들의 올 1~5월 미국 시장 점유율은 15.7%로,작년 동기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점유율 2위인 도요타와 유사한 수준이다. 전 정보기술업체 임원인 리 피글리울로씨는 "수년 전만 해도 현대차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지인의 베라크루즈를 타본 후 생각이 바뀌었다"며 "제네시스는 지금까지 운전해본 차 중 가장 뛰어난 모델"이라고 감탄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