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원유 구리 등의 가격을 치솟게 만든 중국의 '원자재 사재기'가 막바지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조만간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진정되고,물동량 급감으로 벌크선 운임이 내림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 AFP 등은 22일 국제 원자재가격지수인 S&P GSCI를 최근 4개월 새 42.0% 끌어올렸던 중국발 가수요가 감소,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곧 진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한 틈을 타 올 들어 원자재를 대거 비축했다. 실제 중국의 철광석 수입은 올 들어 4월 말까지 1억8800만t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9% 증가했다. 4월에는 월간 단위로 최대인 5700만t을 들여왔다. 하지만 이 기간 중국 철강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70%에 그쳤다. 설비는 정상 가동을 못하는데 원재료 수입만 대폭 늘어난 셈이다.

다른 원자재도 상황은 비슷해 4월 한 달간 △원유 수입은 작년 동기 대비 14.0% △알루미늄 10.0% △구리 64.4% △석탄 168.0% 늘어났다. 중국의 수입 증가 탓에 지난 2월 말 t당 3231달러였던 국제 구리가격은 지난 주말 5030달러로,알루미늄은 1288달러에서 1680달러로 급등했다.

중국 청두 웰신컨설팅의 량이준 박사는 "중국 정부는 경기 회복 이후의 수요 증가에 대비해 지난 2월부터 원자재를 사들였다"며 "하지만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더 이상 사들일 공간이 부족해졌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도 최근 무리한 원자재 수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AFP통신은 중국 정부가 철광석을 무리하게 사들여 재고 과잉을 초래한 철강업체와 수입업자들에 대해 은행이 대출을 제한하도록 긴급 지시했다고 전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레온 웨스트게이트 연구원은 "중국발 원자재값 급등세는 이달 중으로 종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 주말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의 오름세는 한풀 꺾였다.

이에 따라 반등 추세를 보여온 해상 운임도 하락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평균 5만8000달러 수준인 벌크선 운임이 내년엔 2만4000달러 선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노블그룹의 리처드 엘만 대표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