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도 운이다. 경영자가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 투자를 집행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갑자기 경기가 나빠지면 실적 부진으로 경영자가 회사를 떠나야 한다. 바로 뒤를 이은 새 경영자는 운좋게도 경기가 회복될 때를 만난다. 전임자의 투자가 빛을 발해 놀라운 성과를 올리기도 한다. 전임자는 운이 나쁜 것,후임자는 운이 좋은 것일 뿐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지금 사장 노릇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점에서는 운이 나쁘다고 할 수 있다. 사장뿐이랴,임원이나 간부도 마찬가지다. "호황 때 이 자리에 앉았으면 참 쉬웠을 텐데"하는 탄식이 나올 만하다. 그러나 리더의 자리란 원래 그런 것이다. 미국 인디언 속담에 "독수리는 떼지어 날지 않는다. 그래서 한번에 한 마리씩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리더란 자리 자체가 원래 고독한 것이라는 의미다. '하필 지금'을 탓할 이유가 없다.

호황 불황을 우리가 조절할 수 없고,운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 그러니 지금 상황 그 자체를 어떻게 보느냐가 우리의 몫이다.

이왕 받아들여야 한다면 화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생전에 자신에겐 3복이 있다고 했다. 허약한 것,못 배운 것 그리고 가난한 것 등이다. 허약했기 때문에 술 · 담배를 못해 장수하게 됐고,못 배웠기 때문에 자신보다 나은 인재를 등용했고,가난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돈에 눈을 떠 세계적인 부자가 됐다는 설명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이 정도는 돼야 운명이나 운 앞에서 당당한 경영자라고 하겠다.

'사기'에서도 시대가 다르면 일이 다르다(時異則事異)고 했다. 그러니 지금을 호황기의 마인드를 버리고 불황기의 리더십을 배울 기회로 생각하면 된다. 이런 난세야 말로 바로 영웅이 나타날 수 있는 좋은 시기다. 사마천도 "천하에 재해가 없으면 비록 성인이라 할지라도 그 재능을 펼칠 수가 없다"고 했다.

불황기의 경영자들은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불황은 이제 막 타석에 선 당신이 홈런을 칠 기회인 것이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