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개월 가까이 조정받고 있는 것은 한국 증시의 저가 매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한국 대만 인도 등 아시아 신흥 증시에서 일제히 매도세로 돌아서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주가에 부담을 갖게 된 탓이란 지적이다.

23일 대우증권에 따르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가 향후 1년간 주요 기업들의 예상실적을 기준으로 조사한 한국 증시의 PER(주가수익비율)는 12.1배에 달한다. 국내 증시의 PER는 코스피지수가 900 아래로 폭락했던 지난해 10월 말 7.4배까지 추락했다가 올해 초 10배로 회복했으며 이후 주가 상승세를 타고 계속 높아지는 추세를 보여왔다.

전문가들은 향후 불투명한 경기를 감안할 때 국내 증시가 PER 12배 정도인 것은 주가가 싸지 않은 수준임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한국 PER는 1990년대 고성장기에서는 평균 14배에 달했지만 2000년대 들어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평균 9배 수준을 보여왔다"며 "2000년대 최고치가 강세장이었던 2007년 7월의 13.4배였던 점을 감안하면 절대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신흥증시 대부분이 지난 3월 이후 급등해 공통적으로 가격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MSCI 이머징아시아지수의 PER는 14.7배로 중국의 고성장에 대한 기대가 정점에 달했던 2007년 하반기 15배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학균 연구원은 "이머징 아시아지역의 향후 성장성을 고려하면 2007년 하반기와 같은 프리미엄을 부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