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7일부터 폭스바겐코리아에서는 오리지널 드라이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주위를 먼저 배려하고 올바른 드라이빙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오리지널 드라이버'로 정의하고 운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도로 위의 혁신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캠페인이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무척 반가웠다.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가 1600만대를 넘었고 자동차 생산량 또한 세계 5위에 달하며 최근에는 세계를 놀라게 하는 수준 높은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자동차 문화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불쑥 끼어드는 차들 때문에 잦은 접촉사고가 날 뿐 아니라 사고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시시비비를 가리는 차들을 도로에서 수없이 볼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목숨을 내건 죽음의 질주와 위협 운전도 경험하게 된다. 주차에 대한 다툼이 돌이킬 수 없는 싸움으로 번지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멈칫거리면 경음기 세례를 받기 일쑤다.

도로 위의 이런 스트레스 때문에 자동차를 두고 다니는 사람까지 생겨날 정도다. 얼마 전 중국 출장을 갔을 때 개념 없이 내달리는 자동차에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경음기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였는데 국내 상황도 중국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한국 소비자들은 차에 대한 평가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내로라하는 메이커들도 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면 전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이상하리만큼 자동차 문화에 대해서는 너그럽다. 자신이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는 것은 시간이 없기에 정당한 것이며 남이 그러면 몰상식한 운전자가 된다.

물론 선진적인 자동차 문화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리기엔 너무 불편하고 위험하다. 한국 자동차는 세계 자동차산업 역사에서 보기힘든 신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3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품질과 성능의 높은 벽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좀 더 날개를 달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문화도 함께 영글고 성숙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한국차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제대로 된 자동차 박물관 하나 없고,도로 위의 질주가 아닌 합법적인 모터 스포츠가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으며,운전자들을 격려하는 지속적인 캠페인이나 문화 사업 없이 자동차 문화가 성숙되기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동차 품질을 평가하는 엄격한 잣대대로 스스로의 운전습관을 평가해야 한다. 또 현대차와 기아차,르노삼성 같은 자동차 메이커에서도 여러 방법으로 자동차 문화를 끌어올릴 방안을 모색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장의 판매 수치에만 신경쓸 게 아니라 올바른 자동차 문화를 일궈내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모터매거진 편집장 kino2002@motor-m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