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심리에 '한강 르네상스' 겹쳐 한달 만에 '억 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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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과열 조짐‥고민에 빠진 정부
강남3구 DTI규제 강화 등 검토
모처럼 살아난 시장 전부 죽일까 우려
강남3구 DTI규제 강화 등 검토
모처럼 살아난 시장 전부 죽일까 우려
"지난달 조합의 재건축 계획이 나온 뒤로 잠실주공5단지 집값이 2억원 가까이 뛰었습니다. 115㎡형(공급면적)이 14억~14억4000만원,119㎡형은 14억8000만~15억원에 실제 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연초 11억원,12억원 하던 물건들인데 정말 무섭게 올랐어요. "(서울 잠실동 박준 공인중개사)
"강남구청에서 개포주공아파트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됐다는 소문이 나오면서 며칠 만에 집값이 1억원 치솟았습니다. 4단지 49㎡형이 10억8000만~11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습니다. 2006년 말 고점에 90% 정도 근접했죠.재건축 기대감 때문에 매물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개포동 이형관 공인중개사)
용적률 상향 등 재건축 규제 완화가 이어지고 '한강 르네상스'에 삼성동 코엑스 주변 개발 등 각종 개발 청사진들이 겹쳐지면서 서울 및 수도권의 일부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남 재건축 추진 아파트 중심의 국지적인 가격 상승이라고 분석하지만 노원구(동북권 르네상스 개발) 영등포구(지하철 9호선 개통) 등지로 가격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 등 정부에서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 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나 과열됐나
최근의 집값 불안은 서울 강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구와 송파구 집값은 전주 대비 2%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으며 서울 전체로도 0.14% 올라 상승폭이 두 배로 커졌다. 서울 노원구 창동의 박상엽 중개사(신대림공인)는 "동북권 르네상스 계획이 나오기 전에는 1억3000만원에도 매물이 있던 창동 주공아파트 56㎡형이 지금은 1억7500만원은 줘야 거래가 된다"고 전했다.
개발의 사각지대일 것만 같았던 남산 아래 해방촌 집주인들도 녹지축 개발계획이 나오면서 '만세'를 부르고 있다. 해방촌에서 영업하는 삼화공인의 문영숙 중개사는 "해방촌 녹지축 개발 재료가 나오면서 해방촌 일대 집값(대지 33㎡ 기준)이 3.3㎡당 33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며 "후암동 길 아래 쪽이랑 동자동 갈월동 재건축 지역 집값이 거의 비슷해졌다"고 소개했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 기미는 주택담보대출 증가 추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매달 3조3000억원씩 증가하다 5월에 2조9000억원대로 증가폭이 다소 둔화됐으나 이달에는 다시 3조원을 넘을 것으로 금융계에선 보고 있다. '단기 부동자금이 811조원을 넘는다'는 얘기가 다시금 시장에 회자될 정도로 집값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고민 깊어져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 '미니 버블'이 아닌 '진짜 버블'이 다시 끼고 있다는 적신호가 울리자 청와대와 경제부처는 시장 상황을 매일같이 점검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값이 이상급등 하는 일부 지역을 조준해 규제책을 꺼내들지 고민 중"이라고 귀띔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도 "부동산 시장 이상 징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규제완화라는 정책 방향을 바꿀 만큼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이와 관련,정부에선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주택에만 DTI 기준을 10% 포인트 낮춰 30%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 3구에만 적용 중인 투기과열지구를 확대하는 문제도 고민하고 있으나 부동산 시장을 세금으로 누르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철학과 맞지 않아 고민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부동산 시장에 머니게임 양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규제책이 모처럼 살아난 시장 전체를 죽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방은 규제완화책을 더 내놓고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규호/이호기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