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MA대전] 은행권 "머니무브… 자금시장 대혼란 우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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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안정성 문제 없어…밥 그릇 지키기일뿐"
다음 달로 다가온 증권사들의 소액 지급결제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은행권과 증권업계가 막판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은행권과 한국은행 등은 증권사들이 제공할 예정인 지급결제서비스가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자금시장에 대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은행들의 전형적인 제 밥그릇 지키기 행태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증권사 지급결제서비스의 결제계좌인 CMA가 은행권 보통예금 등보다 금리가 높아 고객들을 증권사에 빼앗길 가능성이 커지자 위기의식을 느낀 은행들이 과장된 주장을 펴는 것이라는 논리다.
◆은행권 "제2카드대란 우려"
증권사 소액결제서비스에 대한 은행권의 비판은 주로 CMA계좌의 불안정성에 집중되고 있다. 신용카드대금 납부,공과금 납부 등 결제기능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결제계좌에 들어있는 원금의 안정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CMA는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CMA에 입금된 자금은 보통 채권 등에 투자되는데 금융시장이 불안해 채권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결제원금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상존한다고 은행권은 지적하고 있다.
은행권은 더불어 CMA로 인해 자금시장 자체가 교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CMA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RP(환매조건부)형의 경우 대부분 1~2년짜리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만약 금융시장이 불안해져 CMA에 인출요구가 몰리면 증권사가 먼저 돈을 내주고 나중에 한꺼번에 채권을 처분하게 되는데,이는 일순간에 금융시장을 마비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강정원 국민은행장,이종휘 우리은행장,이백순 신한은행장,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등 은행장들은 지난 19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에게 CMA에 대한 적절한 보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한은 역시 최근 금융감독당국에 문제점을 알리고 보완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증권업계,"CMA 안정성에 문제없다"
증권업계는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한 심각한 자금이탈로 경영상 어려움까지 겪었던 2007~2008년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고 일축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들이 일제히 증권사 창구에 몰려 'CMA 계좌에 넣어둔 내 돈을 빼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며 "은행들이 극단적인 가정을 전제로 증권사들의 지급결제서비스에 대해 우려를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는 또 은행들이 걱정하는 증권사로의 자금이탈 현상도 그다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은행들이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의 한 최고경영자는 "은행예금에서 CMA로의 머니무브 현상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려면 CMA가 은행권 월급통장의 각종 공과금 및 신용카드대금 자동납부 역할 등까지 대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CMA가 단기간에 이런 기능까지 맡기는 역부족"이라며 "은행권이 걱정하는 것처럼 급격한 형태의 머니무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업계 내부에선 동양종금증권이 다른 증권사에 한 달 정도 앞서 다음 달 3일부터 소액 지급결제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에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동양종금증권은 미리부터 준비한 만큼 예정대로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박준동/송종현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