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정부의 초강경 대응 이후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혁파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 이란 시위는 대선결과가 발표된 지난 13일 시작된 이후 매일 수만명에서 수십만명을 끌어 모으며 기세를 올렸다.

특히 지난 15일 아자디광장에서 열린 시위 땐 테헤란에서만 수 십만명이 모인 것을 비롯 전국적으로 200만명 가량이 참여함으로써 시위 열기가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가 더 이상의 시위를 용납치 않겠다고 밝힌 뒤 사정이 달라졌다.

하메네이의 연설이 있었던 19일에는 별다른 시위가 없었고 20일 엥겔랍광장에서 열린 시위에는 3천여명만이 참여했다.

21일 역시 별다른 시위 없이 이번 사태 이후 가장 조용한 날이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개혁파로서는 시위를 확산시킬 수 있는 순간에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인해 수세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는 지난 20일 지지자들에게 자신은 순교자가 될 준비가 돼 있으며, 자신이 체포되면 전국적 규모의 총파업을 벌여달라고 촉구했다.

이는 하메네이가 시위를 중단하라고 경고한 지 하루 만에 반발한 것이다.

최고 지도자의 권위에 도전하는 이런 방식의 저항은 이란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또 16살 소녀가 시위현장에서 총탄에 맞아 숨지는 장면이 22일 인터넷에서 확산되면서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22일 하프테티르광장에서 열린 시위에는 수백여명만이 참여했으며 이 마저도 최루탄을 쏘아대는 경찰에 밀려 구호도 제대로 외치지 못한 채 1시간여만에 강제해산됐다.

시위 참가자의 감소는 우선 이란 치안당국의 폭압적인 진압방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란 경찰과 민병대는 지난 20일 시위 때 물대포, 최루탄을 이용,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오토바이를 탄 경찰들은 시위대에 곤봉세례를 퍼부으며 시위를 진압했다.

이날 하루에만 10여명이 숨질 정도로 당국의 시위 진압방식은 살인적이었다.

사망자가 속출하는 와중에도 이란 당국은 추가시위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연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란 최정예 군조직인 혁명수비대는 22일 시위대가 거리로 나설 경우 이를 분쇄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시위가 발생할 경우 국가에 대한 음모 책동으로 간주, 혁명의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위장소로 향하는 길목을 모두 차단하며 시위를 원천봉쇄하는 당국의 조치도 시위 참가자가 줄어든 하나의 원인이다.

경찰은 지하철역, 주요 길목에 대규모 경찰병력을 배치, 삼삼오오 함께 다니는 일반인들 조차도 강제로 해산시키고 있을 정도로 시위대의 시위장소 접근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의 시위 전개 방향은 시위의 중심인물인 무사비의 행보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영국 더럼대의 이란 전문가인 아노우시 에흐테샤미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무사비가 체포될 경우에는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 등 유력인사가 개입하며 사태를 급전환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다른 이란 전문가 바케르 모인은 시위가 계속되더라도 군.경의 강경 진압과 시위 중심인물들의 체포로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