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세계 최대의 비철 소비국인 중국의 원자재 수출 규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함에 따라 향후 국제 원자재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t당 9000달러 수준이던 구리(전기동)값이 올 초 3000달러를 밑도는 등 원자재가격이 크게 내리자 중국은 국가물자비축국(SRB)을 통해 대규모 매집에 나섰다.

이로 인해 원자재 가격은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상반기동안 오름세를 보였다. 원자재시장의 '대장주' 격인 구리의 3개월물 가격은 23일(이하 현지시간) LME에서 전일 대비 44달러 오른 t당 4805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이 주요 원자재의 수출제한조치를 취하고 지난 23일 미국과 EU가 이를 WTO에 제소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향후 중국이 원자재 공급을 줄이는 식으로 '자원 무기화'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전망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원자재 수출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원자재시장은 실수요 등의 펀더멘털(내재가치)보다는 금융시장 움직임에 발을 맞추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 23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자 원자재시장은 유가와 연동해 전품목이 약 2% 안팎 상승했다.

이와 관련 동양선물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시장에서 펀더멘털은 부수적인 요인에 불과하다"면서 "재고량이나 수급을 봐도 '공급과잉' 우려에 관계없이 원자재 값이 증시나 환율에 연동해 움직이는 양상을 띄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수출규제나 경기 등은 변동폭에 차이를 가져올 뿐 가격이 움직이는 방향을 결정짓는 요인은 아니다"라며 "지금 중요한 것은 금융시장의 움직임"이라고 덧붙였다.

장광수 한국은행 종합분석팀 팀장은 "중국이 원자재 수출을 규제한다고 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되진 않을 것"이라며 "더군다나 수출 규제가 중국 내 수요 부족에 의한 것이라면 결국 매수세를 유지할 요인이기 때문에 수급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팀장은 또 달러화 약세 등으로 인한 투자자본 유입에 따른 영향도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해외 시장을 보면 원유 쪽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면서 "유동성이 원자재로 향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는 세계적으로 여전히 저조한 비철금속 수요를 들었다. 그는 "원자재가 올 들어 상승하긴 했지만 원유의 상승폭에 미치지 못하고, 이상급등을 보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마이너스(-)"라며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이므로 향후 경기회복 추세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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