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엔 이 총재가 약간 조급해 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경기 하강세가 끝났다"는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은 간부들도 이 같은 단정적 표현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이 총재는 이어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으며 이들의 통화정책이 바뀌게 되면 한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가 듣더라도 경기가 더이상 하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금리를 올릴 일만 남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지만 하반기 경제에 대해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의 대세다. LG경제연구원 같은 민간연구소들은 3분기엔 회복 속도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에서도 국제유가 급등세 및 고용 악화 등의 여파로 불확실성이 높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세계경제 역시 다시 악화할 조짐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전 세계 주요국 주가가 이번 주 들어 크게 조정받고 있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로 불릴 만큼 물가안정을 중시한다. 일각에선 금융위기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자 이 총재가 임기만료되는 내년 4월 초 이전까지 확장정책의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총재의 고민을 이해하면서도 자칫 임기만료일을 생각해 성급하게 하다간 회복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총재의 다음 선택이 주목된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