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넓은 곳에 살고,세상에서 가장 바른 자리에 서며,세상에서 가장 큰 도를 행하라.뜻을 얻으면 다른 이들과 함께 하고,뜻을 얻지 못해도 혼자서 옳은 길을 가야 한다. '

맹자는 '대장부론(大丈夫論)'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조선의 선비들은 이렇게 살고자 했다.

이런 선비들이 가장 많았던 곳이 경북 지역이다. 일제강점기 초기의 조사 결과 전국에서 서당이 가장 많았던 곳이 경북 지역이었고,조선시대에 선비들이 올린 만인소 7개 가운데 5개가 영남지역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이 '경북민속문화의 해' 특별전으로 '선비,그 이상과 실천'을 24일 개막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경북 지역의 유교문화와 선비문화를 살펴보기 위해 마련된 이번 특별전에는 광산 김씨,안동 권씨,의성 김씨 등 경북지역 21개 문중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이 전시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유물은 퇴계 이황의 향시(鄕試) 답안지다. 퇴계의 향시 답안지는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으로 정확한 시기는 기록돼 있지 않다. 퇴계는 27세에 진사시 1등과 생원시 2등을 차지했으므로 그때의 답안지로 추정된다. 가로 270㎝,세로 75㎝의 종이에 인재 양성,경전 해석에 관한 두 가지 문제의 답을 썼는데 각각 '이하(二下)'와 '삼상(三上)'이라는 점수가 붉은 글씨로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전시 공간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유생들의 만인소(萬人疏)도 볼거리다. 1853년 경기도와 충청도 등지의 유생 수천 명이 공자를 모신 사당인 문묘에 충재 권벌의 위패를 모실 것을 청한 상소인데 세로 1.2m,가로는 무려 20m에 달한다.

또 퇴계와 미수 허목 등의 글씨를 볼 수 있는 '정암서첩''선현유묵',선비들의 필독서와 문인들의 계회도,시집 온 며느리를 위해 만든 한글 족보,학봉 김성일 종택의 제사 용구 등 선비들의 삶과 종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전시된다. 8월31일까지.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