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서 1등급 판정을 받는 한우는 전체의 60~65%에 달한다. 하지만 2000년까지만 해도 1등급 한우는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한우의 품질이 급격히 개선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 답은 바로 '초음파 기술'이다.

1993년대 국내처음으로 초음파 진단기를 돼지 임신진단에 접목한 김중구 동도바이오텍 대표.그는 의료기기 생산업체로 널리 알려진 메디슨과 손잡고 한우용 육질 진단기 개발에 나섰다. 소를 잡기 전에 육질 상태를 알 수 있다면 소의 도축시기나 사료 배합 등을 조절해 고품질 한우를 생산해 낼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아이디어다.

한우에 적용되는 초음파 진단기의 원리는 산부인과에서 사용하는 인체용 초음파기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성질이 다른 매질(초음파가 통과하는 물질)은 밀도에 따라 초음파가 반사되는 시간 차이가 나는데 이것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를 활용하면 한우 등급 산정의 기준이 되는 '근내지방도(마블링)'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기기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상정보를 해석하고 소의 성장경로를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일이었다. 김 대표는 "5년간 3000여두의 소를 초음파로 촬영하고 도축 후의 육질과 비교해가며 데이터를 모은 결과 지금은 90% 이상 정확한 육질판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한우 육질 초음파 진단기는 전국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 및 축협에서 구입해 간 것은 물론 축산 농가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 대당 3000만원이 넘는 고가 기기이지만 현재까지 600여대가 판매됐다.

축산 농가들이 이 기기를 활용해 살아있는 소의 육질 상태를 관찰해 가며 소를 사육하게 되면서 1등급 이상의 고품질 한우 출하가 급증한 것이다. 또 이에 힘입어 축산농가들이 예전보다 소를 마리당 100만원 이상 더 받고 팔 수 있게 돼 한우농가 수입 증대에도 이바지했다.

동도바이오텍은 앞으로 초음파 육질진단기기를 이용해 한우암소개량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난 30년간 이뤄진 한우 개량사업은 씨수소에만 집중돼 더 이상의 육질 개량이 한계에 달했다"며 "근내지방도,등심단면적 등은 50% 이상이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초음파를 통해 우수한 형질의 암소를 골라내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