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웬 찢어진 우산?' 하겠지만 50대 이상에겐 전혀 이상하지 않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산이 귀해 찢어진 우산이라도 있으면 다행인 수가 적지 않았던 까닭이다. 형제가 많은 집에선 비 오는 날이면 우산 쟁탈전이 벌어졌을 정도다.
누군가 먼저 좋은 우산을 차지하고 나면 다음 사람은 비닐우산이나 찢어진 우산을 갖고 나가는 도리밖에 없었다. 조금 찢어진 건 집에서도 기웠지만 많이 찢어졌거나 살이 부러지면 신발 등 온갖 걸 다루는 구두 수선방을 찾아가거나 골목을 누비며 "우산 고쳐요"라고 외치는 사람을 기다렸다 맡겼다.
그러니 낮동안 비가 그쳐 아침에 들고 나온 우산을 버스에 놨다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식구들의 핀잔도 핀잔이요 아깝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금은 적어도 집에 우산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은 거의 없다. 값이 싸진데다 여기저기서 기념품이나 사은품으로 주기도 하는 덕이다.
모양도 대부분 자동화된 데다 2단 3단이 나올 만큼 다양해졌다. 문제는 그런데도 품질은 별로 좋아진 것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휘어지거나 뒤집히고 살이 부러지는가 하면 원단이 터진다. 접는 우산 역시 몇번 쓰지도 않아 잘 접히지 않는 일이 흔하다.
왜 그런가 했더니 국내에서 유통되는 우산 대부분이 불량품이었다는 발표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의 검사 결과 조사 대상의 83%가 안전기준에 미달했다는 것이다. 우산 살과 대의 두께가 기준치의 절반에 못 미친 것도 많고,심지어 양산은 자외선 차단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아무 쓸모도 없는 걸 애써 펴들고 다녔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1년 동안 팔리는 우산과 양산 3000만개의 97%가 중국산이라 그렇다는 데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결국 기술표준원에서 우산(양산)의 내구성과 자외선 차단도 등 안전성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모양이다. 다가오는 장마철엔 갑자기 우산이 뒤집히거나 휘어져 물벼락을 맞는 일이 줄어들지 궁금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