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경남 진해시 안골마을 선착장에서 배로 20여분 만에 도착한 부산 가덕도 남서쪽 천성마을 선착장.해변쪽으로 200여m 정도 떨어진 곳에 다다르자 '바닷속으로 가라 앉혀(침 · 沈),묻는다(매 · 埋)'는 뜻의 거가대교 침매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육지에서 터널 안으로 차로 10분쯤 이동하자 콘크리트 벽체에 '수심 33.7m,침매터널 가덕지점 1440m'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국내 최초로 기록될 침매터널은 초대형 콘크리트 구조물(함체) 18개를 차례로 바다 속에 가라앉힌 뒤 서로 연결하는 형태다. 현재 11개 구조물의 연결을 끝내고 12개째를 준비 중이다. 왕복 4차선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도로에는 공사차량들이 분주하게 드나들고 있었다. 도로 중간에는 90m마다 차량출동 및 화재 등 만약의 사고 때 대피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마련돼 있다. 공기통들도 육지에서 터널 속으로 연결돼 있어 공사 중임에도 불구하고 공기는 쾌적한 상태였다.

거가대교 공사는 그동안 공법은 존재했지만 실제 시공경험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공사는 모든 프로세스가 백지상태에서 그려지기 시작했다. 모든 공사장비도 새것이었다. 가장 힘든 작업은 침매터널 공사라는 것이 현장 작업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잠시라도 방심하거나 날씨가 나쁘면 실패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함체는 1개당 길이 180m,무게 43t,너비 26m,높이 9.97m 구조물로 비어 있는 내부에 6개의 탱크가 설치돼 있다.

함체를 바다에 띄워 원하는 위치까지 이동해 준설선이 미리 수중굴착한 위치에 가라앉힌 후 수중에서 함체를 연결하고 그 위에 토사 등으로 메우기를 한다. 침매함 양쪽 입구는 밀봉된 상태지만 외부로 연결된 측면의 수문을 통해 탱크에 물이 채워지면 가라앉는다. 이때 수압은 3000~4000t과 맞먹을 정도로 강력하다. 이런 방식으로 18개의 침매함을 연결한 뒤 침매함의 밀봉된 입구를 육지쪽에서부터 열어 나가면 터널이 완성된다. 함체를 바닷속 정확한 위치에 빠뜨리는 침설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 함체 연결작업이 끝나면 함체에 든 물을 빼면서 바다가 누르는 힘과 함체가 뜨는 힘의 밸런스를 조절해 바닥에 고정되도록 하는 첨단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바다수심 최고 48m에 침매터널을 건설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이 곳에서 다시 10분 정도 배를 타고 도착한 곳은 가덕도 앞 해상.바다 위에 우뚝 솟은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경남 거제시 장목면을 잇는 도로(거가대교)의 중간지점으로 중죽도와 저도 사이 2주탑(주탑 2개) 사장교 모습이다. 가로 세로 각각 24m인 철강재 상판이 다이아몬드 모양의 주탑 중간지점에 놓여있다. 2주탑을 지나 바다쪽으로 더 나가자 국내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저도와 거제도를 잇는 3주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판은 오는 8월 설치할 예정이다. 바다 위 작업은 나쁜 기상조건에도 불구하고 차질없이 진행 중이다. 총 23기가 설치되는 케이슨은 설치가 끝났다.

높은 기술력에 힘입어 거가대교 명성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각지의 토목전공 교수들과 현장 전문가들이 현장을 찾고 있다. 세계적인 토목학회지인 영국의 NEC와 미국의 ENR도 최근 표지 사진에다 6~8페이지에 걸쳐 거가대교 현장 기술력을 소개하는 특집을 게재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외에서 하루에 십여통씩 전화문의가 이어지고 국내 견학 발걸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며 "외국 유명 설계업체들도 시공력과 정확성에 감탄하고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전체길이 8.2㎞인 거가대교는 크게 3개 구간으로 나뉜다. 가덕도에서 출발하면 먼저 3.7㎞의 해저 침매터널이 나오고 이어 2개의 사장교(3.5㎞)와 육상터널(1㎞)로 거제도까지 연결된다. 현재 공정률은 73%,개통은 내년 12월이다. 현장 인력 600여명은 거친 파도와 싸우며 새로운 해상 실크로드를 열고 있다. 거가대교가 완공되면 승용차로 3시간 30분 걸리던 부산과 거제 간 통행시간이 40분으로 단축된다. 대우건설 구임식 단장은 "침매터널과 2,3주탑 등 세계적인 첨단기술로 만들어진 거가대교는 국내는 물론 세계 해상교량 건설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거가대교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부산과 울산은 물론 거제권도 들썩거리고 있다. 울산에서 부산 녹산,신호~창원~마산~거제로 연결되는 동남권 클러스터가 산업메카로 제2의 르네상스를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서다. 항만은 물론 조선과 자동차,기계산업의 상호교류가 확대되고,물류비도 연 4000억원 절감돼 도시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인력 교류도 활발해져 인력난도 해소되고 관련 산업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관광산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과 동남권 사람들이 몰리면서 남해안 관광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뉴거제크루즈해양관광은 관광 수요를 겨냥해 지난 3월 연안크루즈 운항에 들어가는 등 거가대교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거제시 관계자는 "거제도의 주요 부속섬들을 연육교를 통해 하나로 묶은 데 이어 거가대교까지 완공되면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의 신세계센텀시티는 거가대교 완공과 함께 남해권까지 영업망을 넓힐 계획이다. 롯데 등 다른 백화점과 대형할인점도 비슷한 입장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거제시 관계자는 "인구 360만명의 부산과 인구 20만명의 거제가 바로 연결되면 거제 생활권이 급속하게 부산권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