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파 수백명, 의회 앞 시위 무산

이란 대통령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반정부시위가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잦아들고 있는 가운데 시위의 중심인물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가속화되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24일 "정권이 시위에 물러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고 개혁파 지지자들은 계엄상태나 다름 없는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 무사비 지지자 무더기 체포 = 이란 경찰은 무사비가 운영했던 `칼레메 사브즈' 신문 소속 기자와 관계자 등 모두 2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지난 15일 정부에 의해 정간 조치를 당했다.

경찰은 "후보자의 선거운동사무소에서 국가 안보에 반하는 음모가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고 이란 뉴스통신 IRNA가 전했다.

보수신문의 `무사비 때리기'도 심화되고 있다.

보수 성향 신문 `바탄 에므루즈'는 `테헤란에서 1주일간 이어진 범죄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 아래 무사비 사진을 게재했다.

이란 최정예 군조직 혁명수비대도 무사비 지지자들의 추가 시위가 발생할 경우 국가에 대한 음모 책동으로 간주해, 혁명의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시위 규모 급감 = 무사비 진영에 대한 이 같은 전방위적인 탄압으로 한때 200만명에 달했던 시위 규모는 최근 크게 약화됐다.

지난 20일 엥겔랍광장에서 3천여명이 시위를 벌이다 10여명이 숨진 이후로는 시위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22일에는 수 백명이 하프테 티르 광장에 모였다가 최루탄을 무차별로 쏘는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인해 1시간여만에 강제해산됐고 24일에도 의회 앞 바하라스탄 광장에서도 수 백여명이 시위를 벌이려다 경찰에 곧바로 진압됐다.

이런 가운데 25일에는 이란의 주말을 맞아 다시 한번 시위 희생자 추모집회가 예정돼 있어 시위대와 경찰간 충돌이 예상된다.

무사비 진영도 웹사이트를 통해 부정선거 사례보고서를 공개하고 대선 결과를 무효화하는 한편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 하메네이-개혁파 갈등 = 이란의 최고권력자 하메네이는 대통령선거 결과에 반발하는 시위에 정권이 물러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메네이는 이날 국영TV를 통해 "대선과 관련한 최근 사태에서 나는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체제도, 사람들도 (시위대의) 어떤 압력 때문에 굴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의회 의원들에게는 우호적인 방식으로 현 정부와 협력하라고 당부했다.

반면 무사비의 부인 자라 라나바드는 이날 무사비 웹사이트를 통해 "무사비의 지지자들은 불의에 항의할 수 있는 법적인 권리를 지니고 있다"며 "정부는 마치 계엄하에 있는 것으로 간주해 그들을 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 학장 출신인 라나바드는 시위 도중 체포된 지지자들과 시민들을 모두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 이란-서방 갈등 심화 = 시민들에 대한 이란 정부의 초강경진압이 이어지면서 이란과 서방국가간 외교마찰도 심화되고 있다.

모세니 에제이 이란 정보장관은 "이번 시위사태 때 영국 여권을 소지한 몇몇 사람들이 개입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 중 체포된 1명은 기자를 가장해 적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수집했다"고 말하며 영국 개입설을 주장했다.

영국은 이란이 영국 외교관 2명을 추방한 것과 관련, 영국 주재 이란 외교관 2명을 이번 주 내로 추방키로 하는 등 이란과 영국간 관계는 크게 악화되고 있다.

사데크 마수리 내무장관은 "영국, 미국 그리고 이스라엘이 이번 사태의 배후에 있다"며 "대선 이후 시위들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및 추방상태에 있는 이란인민무자헤딘기구(PMOI)의 자금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 마누체르 모타키 이란 외무장관은 25∼27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8(주요 8개국) 회의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8개국은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란, 아프간, 파키스탄 외무장관들을 초청한 바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