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기업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에서도 여성 기업인의 위치는 상대적으로 열악합니다. 여성 기업인들끼리 협력과 공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의 성공 기회를 넓히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미국여성기업인평의회(WBENC) 설립자이자 명예회장인 수전 베리씨는 최근 한국여성경제인협회(회장 안윤정)가 서울 순화동 라마다호텔에서 주최한 '한국 여성기업의 발전방향' 간담회에서 "여성이 최고경영자로 있는 이른바 '여성 기업'의 역사는 비교적 짧은 편이고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을 힘을 구축하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베리 회장은 미국의 사례를 들며 여성 기업들 간 공조를 통해 정부 정책에 영향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연방정부 공공구매 예산의 5%는 반드시 여성 기업 상품으로 충당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고 공영방송 등 독점 사업권을 인정받은 기업의 경우 8%를 의무배정하게 돼 있다"며 "이를 어길시 사업등록을 취소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는 한국 여성 기업들에 시사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여성 기업 지원에 대한 긍정적 여론 만들기도 주문했다. 베리 회장은 "미국에서는 매년 연방통계청을 통해 여성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나 생산성 및 성과 등의 각종 지표를 발표한다"며 "미국 전역에 있는 90여개 관련 NGO들은 이를 활용해 여성 기업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높이고 정부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각종 로비활동을 벌인다"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