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사실상 제로 수준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당초 계획대로 1조7500억달러 규모의 국채 및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을 매입키로 했다. 상당기간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정책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통화 완화 정책 고수 의지를 보다 분명하게 드러낼 것이란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다.

FRB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5일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면서 내놓은 발표문을 통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연 0~0.25%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위축이 다소 둔화되고 있다"는 4월 경기진단에서 '다소(some what)' 표현을 삭제해 경기 개선을 시사하면서도 △실업률 증가 △자산가치 하락 △빡빡한 신용 공여로 가계 소비가 위축돼 있다는 점을 들어 경기 부양 차원의 통화정책 필요성을 여전히 강조했다.

FRB는 또 최근 휘발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일부 상품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인플레 압력이 당분간 완화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기에 선제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한 셈이다.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확대하거나 문구를 강화해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란 점을 더욱 뚜렷하게 해주길 바랐던 시장은 다소 실망하는 반응을 보였다.

발표문이 공개되자 보합세를 보이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6%포인트 급등했다. 금리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달러화 가치도 강세로 돌아섰다. 이날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은 "미국 경제가 올해 혹은 그 이상 난장판(shambles) 상태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CB(유럽중앙은행)는 24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은행에 사상 최대 규모인 4422억유로를 금리 연 1%,1년 만기 조건에 대출해 주는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았다. 앞서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경계 태세를 풀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