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시내에 있는 투투반 지역에서는 남부 마닐라 통근철도 개통을 앞두고 시험 운행이 한창이다. 현장에서 만난 필리핀철도청(PNR) 관계자는 "마닐라 시내의 교통량이 한계상황을 이미 넘었는데 한국 덕분에 내년이면 교통혼잡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공사가 80%가량 진행된 '마닐라 남부 통근철도 1단계 사업'은 필리핀 정부의 숙원인 메트로 마닐라 철도종합개발 계획의 일부다. 필리핀 철도는 남선 593㎞,북선 436㎞ 등 총 1029㎞로 구성돼 있다. 이번 사업은 마닐라 북쪽 외곽의 칼루칸역에서 남부 알라방역까지 32㎞ 구간의 철도 궤도와 교량,정거장,신호체계 등을 개 · 보수하고 일부 구간의 궤도를 복선화하는 것이다. 오는 12월 개통될 예정이다.

필리핀 정부는 2002년 사업 검토에 착수해 2003년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이 사업을 지원해 달라는 차관 신청서를 냈다. 당시 재정경제부는 EDCF 등 대외 유상 원조를 담당하는 한국수출입은행에 사업 심사를 의뢰한 뒤 차관을 승인했으며 2004년 양국 정부 간 차관계약이 체결됐다. 총 공사비 6400만달러 중 수출입은행이 EDCF로 3500만달러,수출 신용으로 1540만달러 등 모두 5040만달러를 제공했다.

대우인터내셔널 컨소시엄이 수주한 이 사업의 건설은 한진중공업이,철도차량 공급은 로템이 각각 맡았다. 사업에 필요한 기자재는 현지에서 조달되는 토목 관련 기자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수입됐다. 로템은 이 사업에 필요한 디젤 전동차 18량을 전량 공급했다.

박만환 수출입은행 부부장은 "국내 기업들은 향후 예상되는 남부철도 연장 구간에 대한 2차,3차 사업 및 필리핀 내 다른 철도사업에 대해서도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이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던 데는 한국의 EDCF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필리핀 정부는 다른 나라 차관보다 한국의 EDCF를 선호한다. 중국의 차관보다 이자율이 낮고 국제기구의 개발 지원보다 기준과 조건이 수월해서다. 필리핀 국가경제개발청(NEDA) 관계자는 "한국의 EDCF는 연리 2.5%에 10년 거치,30년 만기여서 조건이 매우 좋다"며 "중국 차관보다는 한국의 EDCF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EDCF를 통한 원조 사업은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개발도상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김동수 수출입은행장은 "한국이 빌려준 돈으로 개도국 정부가 사업을 발주하고 그 사업을 다시 국내 기업이 수주하게 되면 사실상 해당 원조 자금의 대부분은 국내로 돌아오는 효과가 있다"며 "언젠가 돌려받는 자금인 만큼 결코 손해보는 사업이 아니다"고 말했다.

마닐라(필리핀)=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