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목격자 증언이 틀리는 이유…기억도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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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기억의 심리학
박지영 지음|너머북스|216쪽|1만2000원
박지영 지음|너머북스|216쪽|1만2000원
1994년 김일성 북한 주석의 사망 첫 소식은 점심시간에 전해졌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신문사 편집국을 빠져나간 뒤여서 비상연락망으로 긴급히 상황을 전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9 · 11테러와 숭례문 화재 때 텔레비전으로 이를 지켜보며 놀라고 답답해 했던 모습도 눈에 선하다.
이처럼 사람들은 특정한 사건과 관련된 상황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왜 그럴까. 그런 상황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 찍은 사진처럼 머릿속에 인쇄되기 때문인데,이를 심리학에선 '섬광기억'이라고 한다. 놀랍고 정서적으로 강력한 충격을 주는 사건은 심리적으로 플래시를 터뜨리게 만들어 평소에는 너무나 당연해서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세세한 일까지 모두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일상생활의 사례와 각종 실험 결과 등을 들면서 기억의 다양한 모습과 실체를 보여준다. 기억은 대체로 감각기억,단기기억,장기기억으로 구분되는데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저장해 효율적으로 꺼내 쓸 수 있고 저장용량도 무한대로 큰 것은 장기기억뿐이다.
그런데 이 장기기억마저도 믿을 게 못 된다. 어떤 것은 잘 기억하지만 다른 것은 잘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망각에 대한 이론도 다양하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쇠퇴이론,다른 정보의 간섭으로 망각된다는 간섭이론,기억이 어디 저장돼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인출실패이론,기억하기 싫은 것은 기억하지 않는다는 동기적 망각이론 등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고 재미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억도 변하고 재구성된다는 것.애초 기억 창고에 저장될 때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정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된다는 얘기다. 사진처럼 찍히는 섬광기억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상상하고 만들어낸 허위기억도 있다. 그래서 목격자들의 증언이 반드시 정확하지는 않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렇지만 인간에게 기억 자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도구와 불을 사용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가족도,친구도,연인도 없을 것이다. 인간은 기억을 토대로 생활과 문화를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 요소는 바로 기억"이라며 "사는 데 큰 지장만 없다면 기억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은 이미 축복받은 존재"라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이처럼 사람들은 특정한 사건과 관련된 상황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왜 그럴까. 그런 상황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 찍은 사진처럼 머릿속에 인쇄되기 때문인데,이를 심리학에선 '섬광기억'이라고 한다. 놀랍고 정서적으로 강력한 충격을 주는 사건은 심리적으로 플래시를 터뜨리게 만들어 평소에는 너무나 당연해서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세세한 일까지 모두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일상생활의 사례와 각종 실험 결과 등을 들면서 기억의 다양한 모습과 실체를 보여준다. 기억은 대체로 감각기억,단기기억,장기기억으로 구분되는데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저장해 효율적으로 꺼내 쓸 수 있고 저장용량도 무한대로 큰 것은 장기기억뿐이다.
그런데 이 장기기억마저도 믿을 게 못 된다. 어떤 것은 잘 기억하지만 다른 것은 잘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망각에 대한 이론도 다양하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쇠퇴이론,다른 정보의 간섭으로 망각된다는 간섭이론,기억이 어디 저장돼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인출실패이론,기억하기 싫은 것은 기억하지 않는다는 동기적 망각이론 등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고 재미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억도 변하고 재구성된다는 것.애초 기억 창고에 저장될 때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정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된다는 얘기다. 사진처럼 찍히는 섬광기억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상상하고 만들어낸 허위기억도 있다. 그래서 목격자들의 증언이 반드시 정확하지는 않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렇지만 인간에게 기억 자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도구와 불을 사용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가족도,친구도,연인도 없을 것이다. 인간은 기억을 토대로 생활과 문화를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 요소는 바로 기억"이라며 "사는 데 큰 지장만 없다면 기억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은 이미 축복받은 존재"라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