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한국대부금융협회는 25일 대포폰(명의 도용 휴대전화)을 이용한 대부업자들의 금융사기를 뿌리뽑기 위해 '휴대전화 실명 확인 서비스'를 대부업협회 홈페이지(www.clfa.or.kr)에 만들었다. 그러나 생활정보지 업자들이 홈페이지에 들어가 광고를 실으려는 대부업자가 대포폰을 쓰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어서 '대포폰 사기 근절' 업무를 생활정보지 업자들에게 떠넘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불법 대부업자들은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오는 고객에게 선(先)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받은 다음 종적을 감추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고객이 5000만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대부업자들은 대출액의 1%(50만원)를 착수금으로 달라고 한 뒤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대부업협회 관계자는 "생활정보지에 게재되는 대부업체 광고의 80~90%는 휴대폰 번호가 기입돼 있는데 이 중 70~80%가 대포폰 번호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부업협회 피해신고센터에 신고된 대포폰 대출사기 피해건수는 2006년 132건,2007년 168건,2008년 198건,2009년 5월 말 108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피해 건수가 이처럼 늘어난 이유는 대부업자 등록을 담당하고 있는 각 시 · 도 지자체가 휴대폰 실명 확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휴대폰 실명 확인 서비스가 도입되면 공무원들이 대부업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실명 확인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무등록 대부업자의 경우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자가 광고를 내려면 등록증을 생활정보지에 보내야 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가짜 등록증이거나 다른 대부업체의 등록번호를 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 실명확인 서비스를 담당 공무원과 생활정보지 업자만 사용할 수 있고 정작 대부업체 이용 고객은 쓸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생활정보지 업자들이 휴대폰 실명확인 서비스를 이용해 광고를 내고자 하는 대부업자의 주민번호와 전화번호가 일치하는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이상 무등록 대부업자들은 계속해서 대포폰 광고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와 대부업협회는 생활정보지와 업무 협조를 맺어 생활정보지들이 양심껏 이 서비스를 이용해 불법 광고주를 가리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광고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생활정보지 업자들이 이를 지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