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작가'라는 별명을 가진 빌 브라이슨이 이번에는 영국 이야기를 아주 '발칙하게' 들려줍니다. 《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등 유쾌한 여행기를 펴낸 그가 20여년 동안 살던 영국에 관해 '작심하고 쓴'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21세기북스 펴냄)이 이번 주 번역돼 나왔습니다.

원래 유럽 배낭여행을 마치고 잠깐 들를 목적으로 찾은 영국에 아예 정착하게 된 그는 20여년 만에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영국 여행을 떠났지요. 그의 마지막 영국 여행 출발지는 프랑스의 칼레입니다. 처음 영국에 발을 디뎠을 때와 똑같이 도버해협을 건너기 위해서죠.그의 여행기에는 첫 여행 때의 당혹스러움과 마지막 여행의 여유로움이 함께 녹아 있습니다.

첫 여행 때는 낯선 영국식 영어 때문에 몇 번이나 곤욕을 치렀고,느긋하고 고집스러운 영국인들의 천성에 질리기도 했지만 그가 영국에 머무는 동안 영국은 많이 바뀌었고 그 자신도 영국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나 그의 눈에 비치는 낯선 풍경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편도 요금이 8파운드80페니인데 왕복 요금은 4파운드40페니인 기차요금,그런 요금 체계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묻는 말에 '저도 설명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하는 매표소 직원의 정직한 표정,어떤 형태로도 사람과 접촉하기를 싫어해 하인에게조차 쪽지로 글을 적어 전달했으면서도 무도장만은 200명의 손님을 맞을 수 있게 영국 최대 규모로 지었던 포틀랜드 공작….

7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옥스퍼드 머튼가의 귀족 저택과 연철로 만든 우아한 대문,너무나도 조화로운 이 도시에서 그는 '분별력 없이 1960년대에 몰래 세워진 칼리지 학장의 사택'을 소름끼치도록 추한 건물이라며 통쾌하게 꼬집기도 합니다. 그의 유쾌 · 통쾌 · 상쾌한 입담을 따라가며 영국의 속살을 들춰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