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그룹이 SG글로벌(옛 충남방적)을 인수한 지 2년여 만에 780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통해 투자자금 회수에 나섰다. 주당 유상소각 대금이 현재 주가보다 높아 SG글로벌 주가는 연일 상한가로 치솟았지만 과거 외국계 투기자본이 국내기업에 대한 투자자금을 거둬들였던 방식과 유사해 논란이 예상된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G글로벌은 상한가인 81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3일 장 마감 후 대규모 유상감자를 발표한 이후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다. 이번 유상감자의 주당 지급금액이 현 주가보다 높아 차익을 노린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다.

SG글로벌의 유상감자는 전체 주식의 67.5%(867만주)에 대해 주당 9000원(우선주 305만8915원)씩 총 780억원을 돌려주는 규모로 이뤄질 예정이다. 감자 기준일은 오는 9월11일,대금 지급일은 9월30일이다.

SG그룹 컨소시엄이 2007년 법정관리 중이던 SG글로벌에 신주인수 방식으로 980억원을 투자해 경영권을 인수한 지 2년여 만에 유상감자를 단행한 것이다. 현재 SG에셋 등 SG그룹은 SG글로벌 지분 79.5%를 보유하고 있어,2년 전 투자금액의 60%가 넘는 620억원가량을 회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 관계자는 "방적사업에 한계가 있어 보유 현금을 토대로 신규 사업을 검토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여의치 않았다"며 "한계사업을 정리하고 내실을 다져놓은 만큼 일단 보유 현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줘도 회사 운영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회사에 부채가 거의 없어 유상감자에 대한 채권단 동의절차도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SG글로벌은 SG그룹에 인수된 후 2007년과 2008년 연속 영업적자를 낸 데다 과거 외국계자본이 브릿지증권 등을 인수한 후 유상감자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했던 방식과 유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나 주주 입장에서 나쁠 것이 없지만 직원들 입장으로 보면 투자자금 회수에 대한 책임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SG그룹은 상장사인 SG&G(옛 가로수닷컴)를 중심으로 SG위카스 SG글로벌을 비롯해 비상장 IT회사 SG데이터,자동차시트 제조회사 KM&I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