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를 짓눌러 온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누그러지면서 코스피지수가 사흘 만에 60일 이동평균선을 회복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저금리 기조 유지를 재확인하자 안도감이 확산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금리 인상이라는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분기 말 결산을 앞둔 기관이 수익률 관리에 나서는 '윈도 드레싱'이 효과를 발휘할 경우 지수가 14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내수 부양 수혜 기대감도 여기에 힘을 보탤 것이란 설명이다.

◆'윈도 드레싱' 등 수급 개선 전망


25일 코스피지수는 28.94포인트(2.12%) 뛴 1392.73에 장을 마쳤다. 이로써 수급 사정을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되는 60일 이동평균선(1370.30)을 사흘 만에 다시 넘어섰다. 강보합세로 출발한 증시는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재정확장 정책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내용의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오전장부터 상승폭이 커졌다. 한때 1400선을 탈환하기도 했다.

이날 증시는 FOMC가 '제로(0)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으로 탄력을 받았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증시는 경기 회복 조짐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풀었던 유동성을 죄는 '출구전략'이 논의되면서 위축됐지만,FOMC가 아직 출구전략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자 금리 인상 부담을 떨쳐냈다"고 풀이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도 "현 금리가 연말까지는 유지될 것이란 의견이 확산되면서 증시가 힘을 받았다"고 전했다.

일본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증시도 이날 일제히 상승세를 보여 출구전략 논의가 수그러든 것을 환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은 경기 회복이 의심스럽지만 아시아는 탄탄한 재정을 바탕으로 강력한 내수 부양 정책을 펼치면서 선진 시장에 대한 수출 부진을 만회할 것이란 기대로 글로벌 자금이 몰려 유동성 장세가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히자 외국인도 사흘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서 유가증권시장에서 4275억원을 순매수했다. 여기에 기관의 수급 개선 기대가 가세해 증시가 1400선을 다시 탈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기관의 '5일 평균 매도 금액'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프로그램 차익거래를 제외한 실질 매매에서 최근 매수 우위로 돌아선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여기에 펀드 환매로 인한 자금 유출도 진정되고 있기 때문에 윈도 드레싱이 본격화되면 기관의 '사자'가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수 부양 수혜도 기대


중국이 공격적인 내수 부양을 지속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보고 있는 점도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신영증권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정보기술(IT)을 비롯해 자동차(현대차 기아차) 유통(신세계 CJ오쇼핑) 화장품(아모레퍼시픽) 음식료(오리온) 게임(엔씨소프트 네오위즈게임즈) 등 여러 업종으로 중국 수혜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증권사 이경수 연구원은 "국내 여러 업종이 중국 시장에 깊숙이 진출해 있어 내수 부양의 효과를 크게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에서 내수 부양 효과가 지속될 것이란 점이 확인돼 긍정적이란 평가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향후 12개월 이익전망치가 통신서비스를 제외하고 유틸리티 IT 소비재 금융 에너지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수십%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처럼 증시가 한숨을 돌린 상황이지만,원자재 가격 상승 우려와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 등은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김세중 팀장은 "글로벌 유동성이 계속 풍부한 상태로 유지되면 원자재 가격이 다시 들썩일 수 있고,이 경우 원자재 가격전가력이 취약한 국내 기업들이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시아가 내수 부양을 통해 수출 부진을 얼마나 만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 조짐이 경기지표 등을 통해 확인될 때마다 출구전략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다음 달 2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될 때까지는 실적 개선 종목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적 전망이 뛰어난 IT를 중심으로 자동차 항공 정유 은행 등으로 관심 범위가 확대되는 특징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