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의 창업자 빌 휴렛은 가장 배울 만한 기업으로 포스트잇으로 유명한 '3M'을 꼽은 적이 있다. 그는 "3M이 무슨 상품을 가지고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3M에 있는 그들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3M(미네소타광공업주식회사)의 변신에 대한 찬사였다.

국내에서도 LG화학과 삼성SDI,제일모직 등이 전통 사업영역에서 벗어나 녹색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2차전지와 전자재료 등으로 주력 사업을 바꿔나가며 주목받고 있다. 간판 상품을 미래 트렌드에 맞게 바꾸는 '트랜스포머형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삼성 계열사들의 과감한 변신

삼성SDI는 브라운관,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를 거쳐 최근 전기자동차 등의 핵심 에너지원인 리튬이온전지로 주력사업을 바꾸는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전략산업으로 2차전지 사업을 육성,세계2위 업체로 변신한 여세를 몰아 최근 자동차용 전지 시장에까지 뛰어들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삼성SDI는 10년마다 주력품목을 바꿔가고 있다"며 "그룹의 미래사업에 초점을 맞춰 끊임없는 변신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LCD(액화표시장치)와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사업도 당초 삼성SDI가 시작한 사업이었다.

제일모직도 2003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었던 패션사업 위주에서 탈피,전자재료 부문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화학과 전자재료 부문이 70%를 넘어섬에 따라 이미 시장에서는 반도체,LCD 등의 재료를 만드는 전자재료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군수사업과 카메라를 주력으로 했던 삼성테크윈은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삼성디지털이미징에 넘긴 뒤 감시용 카메라,선박용 파워시스템,로봇 및 바이오테크 등으로 신성장동력을 재편하고 있다.

◆LG화학,효성등도 새로운 기업으로.

LG화학도 60여년 기업역사의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47년 치약을 간판 상품으로 삼아 락희화학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LG화학의 주력사업은 지금도 PVC 등 석유화학제품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차세대 전지업체에 걸맞은 대접을 해주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동차용 2차전지를 생산,현대자동차와 GM에 공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화학 주가는 올 들어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는 등 성장성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효성도 섬유업체에서 중공업 업체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그동안 효성의 주력품목은 나일론,폴리에스터 등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변압기 등 중공업을 집중 육성,최근 중공업 매출비중이 20%를 넘어섰다.

OCI(옛 동양제철화학)도 대표적인 트랜스포머 기업으로 꼽힌다. 과산화수소 등을 생산하는 평범한 화학업체중 하나였지만 지난 2006년 태양전지의 원료가 되는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들어 단숨에 세계적 강자로 발돋움했다.

중소기업 중에는 임플란트를 만드는 디오라는 회사의 변신이 주목 받고 있다. 주차 철구조물과 자동포장기계를 생산하다가 2005년 사업을 과감히 접고 임플란트 사업에 진출,의료기기 업체로 변신에 성공했다.

김성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에는 아직 제지업체에서 휴대폰업체로 환골탈태한 노키아처럼 극적으로 변신한 사례는 없지만 주력제품을 교체하며 성공적인 업종전환을 이룬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성공요인은 기존 핵심기술을 어떻게 미래사업에 접목시키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