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와 관련된 집회가 25일 하루 동안만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와 여의도 산업은행,경기도 평택시청,쌍용차 평택공장 앞 등 모두 네 곳에서 열렸다. 서울 집회는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대량 해고를 막아야 한다"는 금속노조와 쌍용차 해고자들이 열었다. 평택 집회는 "공장 정상가동을 위해 하루빨리 불법 점거를 풀라"고 요구하는 회사와 협력업체 등에서 주도했다.

힘겨루기 하듯 이곳저곳에서 열린 이날 집회는 얽히고설킨 쌍용차 문제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해고자들의 공장 점거가 한 달을 훌쩍 넘겼지만 문제는 갈수록 꼬여 가는 양상이다.

"결국 노조가 막무가내식 여론몰이에 들어갔네요.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면 쌍용차의 모든 것은 조만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군요. 지금처럼 공장을 못 돌리면 회사도,남은 직원들도,협력업체도 결국은 다 죽겠지요. 떠나올 때는 회사가 몸집을 줄여 회생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올초 희망퇴직한 옛 쌍용차 직원이 이날 오후 전화를 걸어왔다. "정부가 어떻게 책임을 져요? 결국 국민들 세금으로 쌍용차 직원 월급을 주고,적자도 메워주라는 얘기인데,내막을 아는 국민이라면 누가 동의하겠습니까. "

그는 "떼법에 밀려 정부가 지원에 나서면 돈은 돈대로 버리고,회사도 결국 망하게 될 것"이라며 "그럴거면 차라리 정부기관에서 해고자들을 고용하고 쌍용차는 홀로서기를 하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물론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봤다면서 "해고자 가족들이 나와 눈물 흘리며 호소하는데 가슴이 찡하더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가슴이 찡했다던 그들에게 "정리해고를 철회하는 대신 당신이 낸 세금으로 해고 대상 직원들에게 월급을 줘도 되느냐?"고 물으면 표정이 금세 달라진다. 더군다나 특단의 구조조정 없는 현재의 쌍용차라면 언제까지 세금으로 월급을 줘야 할지 기약도 없다.

쌍용차는 파업사태를 조기 종결하기 위해 정리해고자 976명에 대한 특단의 처리방안을 26일 내놓겠다고 밝혔다. 파국으로 치닫는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지 예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법과 원칙이 행여 떼법과 정서법에 밀리는 전례를 되풀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김수언 산업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