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고준호 신한BNP 파리바운용 상무 "회사채 발행조건 보면 투자유망株 고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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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형 펀드로 돈 몰리지만, 갈곳 잃은 기관 자금이 대부분
연내 글로벌 금리인상 없을 듯, 인플레 대비땐 러ㆍ브펀드 좋아
연내 글로벌 금리인상 없을 듯, 인플레 대비땐 러ㆍ브펀드 좋아
"채권은 주식처럼 급등락도 없고 수익률도 낮아 '재미없는' 자산입니다. 하지만 채권시장을 통해 주식시장을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주식 투자자들도 채권시장에 대한 관심은 갖는 게 좋습니다. "
채권 전문가로 시작해 대형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까지 책임지는 CIO(최고투자책임자)가 된 고준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상무(40)는 채권시장을 통해 주식시장을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 대우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로 금융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1999년 당시 강창희 현대투신운용 사장(현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채권 펀드매니저를 시작했다. 이후 굿모닝투신운용 외환코메르쯔투신운용 등에서 채권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다 2003년부터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으로 자리를 옮겼고,지난달 이 회사의 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CIO를 맡았다.
그는 우선 최근 채권형 펀드로 자산이 몰리고 있는 현상에 대해 "개인들은 착시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기준으로 채권형 펀드에 12일 연속 자금이 몰리는 등 이달 들어서만 1조6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채권형 펀드로 순유입됐다. 올 들어 채권형 펀드로 몰린 자금이 9조원 수준에 이른다.
"올 들어 채권형 펀드에 자금을 넣고 있는 곳은 '갈 길을 잃은' 기관투자가입니다. 유동성이 풀리자 법인이나 은행 등이 MMF(머니마켓펀드)에 자금을 넣었다가,정부에서 이를 규제하자 일단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에 집어넣고 있는 거죠.채권형 펀드에 자금을 넣는 기관들도 큰 수익을 노린 것이 아니라 증시 등 위험자산을 피하고 극히 낮은 이자를 주는 은행 예금을 피하다 보니 찾은 투자처입니다. "
고 상무는 당분간 채권형 펀드에서 "먹을 게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정부 등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췄는데 더 이상 낮추기는 어렵다는 게 근거다. 오히려 최근에는 금리 인상 얘기도 솔솔 나온다. 정부가 금리를 내리면 채권 금리도 따라 내린다(채권값은 상승한다).작년 말과 올해 초 채권 가격이 급등하며 채권형 펀드가 선전한 것은 이 덕분이었다.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분석이 많아 각국 정부는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 압력에 대응할 가능성도 있어 국채는 개인들이 투자하기에는 기대수익이 너무 낮습니다. 굳이 채권에 투자하고 싶다면 신용등급은 낮지만 괜찮다고 생각하는 기업의 회사채나 아직 금리를 낮추지 않은 브라질 등의 국채 등에 투자하는 게 낫습니다. "
고 상무는 채권시장을 통해 증시를 보는 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정부의 정책금리와 국채 금리는 궤를 같이하는데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 일단 증시에 들어갈 타이밍이고,금리가 오르면 증시에서 발을 빼야 할 시기라는 설명이다.
국채 금리가 오른다는 얘기는 정부가 금리를 인상했거나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증시에 있던 시중자금이 안정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찾아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엔 금리가 낮아지면 시중자금은 더 높은 수익을 찾아 위험자산인 증시로 흘러들어온다.
고 상무는 주식투자에서 개별 종목을 고르는 방법도 회사채 시장을 통해 분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망하다는 회사가 사업을 확장하면서 자금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회사채의 금리나 인수 조건,인수 기관 등을 분석하면 그 회사에 대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말까지 우리와 미국 정부가 금리를 올리기는 어렵다는 데 무게를 뒀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오히려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높이고 있는 꼴이라고 했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원자재값이 오르고 있지만,이는 중국의 원자재 사재기와 달러 약세 탓이라는 설명이다.
고 상무는 "미국의 10년짜리 모기지 대출금리가 작년 말 연 2.2%에서 이달 15일에는 3.7% 선까지 올라왔는데 이 말은 주택경기가 빠질 수 있다는 신호"라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기는 미국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울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응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브라질 러시아 펀드 등에 가입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고 상무는 조언했다. 인플레이션을 생각하고 있다면 원유나 금 등에 투자하는 펀드가 좋겠지만,대부분 선물 등에 투자해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원자재를 많이 보유한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가 낫다는 것이다.
그는 유망 업종에 대해서는 "실적이 좋을 것으로 보이는 자동차 철강 화학업종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귀띔했다.
글=김재후/사진=강은구 기자 hu@hankyung.com
채권 전문가로 시작해 대형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까지 책임지는 CIO(최고투자책임자)가 된 고준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상무(40)는 채권시장을 통해 주식시장을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 대우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로 금융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1999년 당시 강창희 현대투신운용 사장(현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채권 펀드매니저를 시작했다. 이후 굿모닝투신운용 외환코메르쯔투신운용 등에서 채권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다 2003년부터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으로 자리를 옮겼고,지난달 이 회사의 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CIO를 맡았다.
그는 우선 최근 채권형 펀드로 자산이 몰리고 있는 현상에 대해 "개인들은 착시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기준으로 채권형 펀드에 12일 연속 자금이 몰리는 등 이달 들어서만 1조6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채권형 펀드로 순유입됐다. 올 들어 채권형 펀드로 몰린 자금이 9조원 수준에 이른다.
"올 들어 채권형 펀드에 자금을 넣고 있는 곳은 '갈 길을 잃은' 기관투자가입니다. 유동성이 풀리자 법인이나 은행 등이 MMF(머니마켓펀드)에 자금을 넣었다가,정부에서 이를 규제하자 일단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에 집어넣고 있는 거죠.채권형 펀드에 자금을 넣는 기관들도 큰 수익을 노린 것이 아니라 증시 등 위험자산을 피하고 극히 낮은 이자를 주는 은행 예금을 피하다 보니 찾은 투자처입니다. "
고 상무는 당분간 채권형 펀드에서 "먹을 게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정부 등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췄는데 더 이상 낮추기는 어렵다는 게 근거다. 오히려 최근에는 금리 인상 얘기도 솔솔 나온다. 정부가 금리를 내리면 채권 금리도 따라 내린다(채권값은 상승한다).작년 말과 올해 초 채권 가격이 급등하며 채권형 펀드가 선전한 것은 이 덕분이었다.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분석이 많아 각국 정부는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 압력에 대응할 가능성도 있어 국채는 개인들이 투자하기에는 기대수익이 너무 낮습니다. 굳이 채권에 투자하고 싶다면 신용등급은 낮지만 괜찮다고 생각하는 기업의 회사채나 아직 금리를 낮추지 않은 브라질 등의 국채 등에 투자하는 게 낫습니다. "
고 상무는 채권시장을 통해 증시를 보는 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정부의 정책금리와 국채 금리는 궤를 같이하는데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 일단 증시에 들어갈 타이밍이고,금리가 오르면 증시에서 발을 빼야 할 시기라는 설명이다.
국채 금리가 오른다는 얘기는 정부가 금리를 인상했거나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증시에 있던 시중자금이 안정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찾아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엔 금리가 낮아지면 시중자금은 더 높은 수익을 찾아 위험자산인 증시로 흘러들어온다.
고 상무는 주식투자에서 개별 종목을 고르는 방법도 회사채 시장을 통해 분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망하다는 회사가 사업을 확장하면서 자금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회사채의 금리나 인수 조건,인수 기관 등을 분석하면 그 회사에 대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말까지 우리와 미국 정부가 금리를 올리기는 어렵다는 데 무게를 뒀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오히려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높이고 있는 꼴이라고 했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원자재값이 오르고 있지만,이는 중국의 원자재 사재기와 달러 약세 탓이라는 설명이다.
고 상무는 "미국의 10년짜리 모기지 대출금리가 작년 말 연 2.2%에서 이달 15일에는 3.7% 선까지 올라왔는데 이 말은 주택경기가 빠질 수 있다는 신호"라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기는 미국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울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응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브라질 러시아 펀드 등에 가입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고 상무는 조언했다. 인플레이션을 생각하고 있다면 원유나 금 등에 투자하는 펀드가 좋겠지만,대부분 선물 등에 투자해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원자재를 많이 보유한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가 낫다는 것이다.
그는 유망 업종에 대해서는 "실적이 좋을 것으로 보이는 자동차 철강 화학업종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귀띔했다.
글=김재후/사진=강은구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