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웃는 표정을 가지고 회사와의 약속만 지키세요. 회사는 인턴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

여름방학을 맞아 여기 저기서 인턴 채용 공고를 내고 있다. 인턴은 경기불황기 취업 관문을 뚫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1998년 외환위기 때 그랬듯 최근 1~2년 사이에 많은 회사들이 인턴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 인턴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LG그룹은 인턴사원의 80%인 550명을 정규직으로 뽑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인턴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경쟁률도 치열하다. 많은 대학생들이 재학 중에도 다양한 '스펙'을 쌓으면서 인턴을 노리고 있다. 인턴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입사하려면 어떤 노하우가 필요할까. 신세계에서 인턴을 거친 후 신입사원으로 자신의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정지은씨(한국외대 영어과 졸업 · 26)가 그 노하우를 살짝 공개한다.

◆취업 관문,인턴으로 넘다

정씨는 지난해 여름방학 기간 중 신세계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본사와 백화점 매장을 돌면서 인턴을 거친 후 작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으로 정식 입사,지금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매장 관리를 맡고 있다.

정씨는 "인턴 과정이라고 마냥 만만하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고 첫마디를 뗀다. "요즘은 인턴을 뽑는데도 3~4단계의 전형을 거쳐야 하거든요. 재학시절부터 충실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

정씨는 외대 재학시절부터 전공 부문 경험을 쌓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서울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에서 외국인 통역 자원봉사를 했고 동아리 활동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외부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씨는 이러한 경험이 유통업계 취업에 큰 보탬이 됐다고 한다. "백화점은 아무래도 외향적인 사람을 좋아하죠.영업을 기반으로 하니까요. 때문에 다른 직종보다 '경험'을 높이 사는 경향이 있습니다. "

인턴 관련 정보를 평소부터 꾸준하게 수집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씨의 경우 인터넷 카페와 취업 사이트 등을 통해 인턴 관련 정보를 모았다. 인턴 채용공고는 물론 인턴 경험자들의 후기와 문의사항 등도 꼬박 챙겼다.

그러던 중 신세계 인턴 채용 공고가 나오자 망설임없이 지원했다. "신세계는 2007년부터 인턴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인턴의 정규직 전환율이 높은 편으로 알려지면서 구직자들에게 인기가 높았거든요.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문을 두드렸습니다. " 정씨는 지원을 앞두고 백화점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고 인터넷을 뒤지며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신문을 통해 다양한 시사정보를 챙기는 일도 잊지 않았다.

신세계 인턴 채용 과정은 논술시험과 PT(프레젠테이션)면접,심층면접,블라인드 면접 등을 거친다. 정씨는 "PT면접이나 심층면접이라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면접관들은 태도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주로 보기 때문에 복잡한 내용을 말하려고 하지 말고 쉽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안은 무엇보다 정해진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씨는 조언했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 미팅시간,과제마감 시간 등도 될 수 있는 한 지켜야 한다. 표정관리도 중요하다. "인턴이라고 주눅들거나 괜히 의기소침해 하지 말고 항상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이 좋습니다. 사내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항상 인사하는 자세도 중요하죠."

◆능동적이고 활기찬 모습 보여야

최근 들어 기업들이 인턴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정부의 장려와 지원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탈률이 적다는 점도 한몫 한다. 신세계 인사팀 관계자는 "예전 공채를 진행해 보면 합격자 발표 이후 이탈률이 20~30%에 달하다 보니 인력계획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인턴 프로그램을 시행한 이후 최종 합격자의 이탈률이 5% 미만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자는 업무를 경험하면서 본인의 적성과 맞는지 미리 체험할 수 있고 회사의 입장에서는 좀 더 심층적으로 지원자를 검증할 수 있다.

회사별로 다르지만 인턴 선발자는 당초 모집예정 인원보다 보통 120~150% 수준을 채용한다. 이 가운데 지원자 스스로 입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30% 정도이며 최종 면접과정에서 평균 20% 정도가 탈락한다. 최종 면접은 주로 실습과 과제를 수행하면서 쌓는 고민과 문제의식에 대한 질문이 많은 편이다. 따라서 인턴 실습 기간에 얼마나 깊은 관심과 분석력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왔는가가 당락을 좌우하게 된다.

취업정보 업체인 잡코리아는 인턴 생활을 하는 동안은 무엇보다 능동적이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턴사원이라고 해서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급적 업무 처리를 스스로 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빠르게 업무를 익히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처음 해보는 생소한 직장생활인 만큼 많은 애로사항이 따를 수도 있다. 이때 나약하게 괴로움을 표출하는 것은 주위 상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인맥 활용에 힘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는 동안,업무상 거래관계를 가진 사람을 통해 정보를 구하면 최종면접을 위한 여러 가지 팁을 얻을 수 있고 인턴을 그만두더라도 관련 업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둘 수 있다.

◆인턴채용 활기

인턴 채용 소식은 활발하게 들려오고 있다. GS칼텍스가 에너지 인턴십 2기 모집을 진행 중이다. 채용 규모는 세 자릿수이며 원서접수 모집 마감은 7월2일이다. 4년제 대학 졸업자 및 올해 8월 졸업예정자가 대상이다.

네오위즈도 2009년 상반기 인턴 채용을 진행 중이다. 고졸 이상이면 지원 가능하고 나이 제한이 없다. 게임에 대한 열정과 보안의식,PC 하드웨어 기본지식을 보유한 사람을 뽑는다는 게 회사 방침이다. 인턴 6개월 후 심사를 통해 계약직 전환이 가능하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청년인턴을 뽑는 중이다. 상세 모집 분야는 △기술전략기획 △국제협력 △기술사업화지원 △산학협력 및 인프라 지원 △지역산업 지원 △부품소재산업 지원 등이다.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 소지자로 국가공무원법 제33조에 의한 결격사유가 없는 사람이면 지원이 가능하다. 채용절차는 서류전형과 면접시험 등이다. 근무기간은 6개월이다.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도 30일까지 인턴사원을 뽑는다. 2010년 2월 졸업예정자 중 화학,화공,고분자 계열 전공자가 대상이며 평균 학점 3.3(4.5점 만점 기준) 이상이어야 지원할 수 있다. 인턴 우수자에게는 장학금 200만원을 별도 지급하며 인턴 수료 후 수습사원 및 정직원으로 채용한다.

예스24㈜는 시스템 부문 인턴사원을 뽑는다. 대졸자 및 졸업예정자 중 웹 개발능력 보유자에 한해 지원자격이 주어진다. 이 밖에 법무부,한국관광공사,서울시립청소년 문화교류센터 등에서 인턴사원을 모집 중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