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이 시공 중인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세계적 명성의 영국계 구조설계회사인 아룹(Arub Consultant) 관계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짓기 어려운 프로젝트"라고 말할 정도로 까다로운 기술력을 요구된다.
싱가포르의 관문을 상징하도록 설계된 이 호텔은 기울어진 경사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두 개의 건물이 23층(지상 70m)에서 만나기까지 동쪽의 기울어진 건물의 골조공사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이 프로젝트 성공의 관건이다.
공사 과정에서 경사진 구조물을 지탱해 주기 위해서는 두 구조물이 만나는 높이까지 수많은 지지대를 세워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인력과 시간,작업공간 등 여러 제약사항이 있어 작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상당한 인내심을 요하는 공정이다.
쌍용건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600㎜ 두께의 내력벽을 설치하고 내부에서 와이어(강철선)를 묶어 건물의 기울어짐을 방지하는 공법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본 공사를 위한 가설공사의 양을 대폭 줄여 구조물의 방해 없이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또 건물 골조에 수많은 센서를 설치해 시공 중 발생하는 건물의 기울어짐과 변형을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의 공사 과정은 카지노 복합시설 공사와 함께 모든 과정을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촬영해 다큐멘터리로 기록할 예정이다.
어려운 공사인 만큼 성공적으로 완공되면 세계 그 어느 건축물보다 명소가 될 전망이다. 이 호텔의 곡선형 외관과 3개 호텔의 옥상을 이어주는 1만2000㎡ 규모의 스카이파크(하늘공원)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극찬받고 있다.
호텔을 대표하는 스카이파크는 호텔 상층부인 지상 약 200m 높이에 3개동을 연결한다. 정원과 산책로,레스토랑,스파, 수영장,전망대 등 옥상에 들어서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시설들이 들어선다.
쌍용건설이 이처럼 건축사에 남을 만한 호텔을 짓는 것은 싱가포르에서 쌍용의 브랜드 파워가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쌍용은 1980년 7월 싱가포르지사를 설립한 이후 30년 동안 싱가포르 시장에서 선두 건설업체로 성과를 쌓아왔다. 싱가포르건설청이 수여하는 싱가포르 건설대상을 11회나 수상했으며 1997년엔 싱가포르 건설품질평가(CONQUAS) 공공부문 1위에 선정됐다. 래플즈시티,선텍시티,싱가포르 국립 실내체육관,캐피털스퀘어빌딩 등 한국 관광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싱가포르의 주요 건축물이 쌍용의 기술로 건립됐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인터뷰 김석준 회장 "고급 건축 등에 주력…해외 블루오션 선점 할 것"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56)은 건설회사 경영자이기 이전에 대표적인 싱가포르 통이다.
10년 이상 한-싱가포르 경제협력위원장을 맡으며 쌓은 싱가포르의 정 · 재계 인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서 '래플즈시티' 등 랜드마크급 건축물을 잇달아 수주할 수 있었던 데에도 김 회장의 '발로 뛰는 세일즈'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쌍용건설 안팎의 평가다.
김 회장은 그러나 "완벽한 시공을 통해 보여준 철저한 품질관리,해외에서 축적된 오랜 시공 노하우와 기술력이 인정을 받아 가능했던 일"이라며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 회장은 최근 건설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극복 방안으로 "리스크가 크고 많은 비용이 수반되는 개발사업보다는 경험이 풍부하고 자신이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날이 치열해지는 수주 경쟁 속에서 기술경쟁력을 갖춘 업체만이 수익성과 일감 확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희망을 나타냈다.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김 회장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전체적인 해외건설 발주 외형은 크게 줄었지만 도시 기반시설과 랜드마크 건축물,환경관련 발주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면서 "쌍용건설은 해외 블루오션을 선점하기 위해 단순 시공이 아닌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고급 건축과 고난이도의 토목 공사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대 규모의 회사보다는 최고의 명품 건설회사로 자리잡아 건설업계의 '벤츠'나 'BMW'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쌍용건설, 고부가 프리미엄급 호텔 시공…해외서 명성
쌍용건설은 '해외건설의 명가'로 통한다. 1977년 10월 쌍용양회에서 독립해 독자적인 건설회사의 모습을 갖춘 지 2년도 채 안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1호 해외지점을 내는 등 일찍부터 해외건설을 개척해 왔다. 1983년에 이미 미국의 유명한 건설전문 주간지인 'ENR(Engineering News Record)'선정 세계 250대 건설사 중 69위에 오르는 등 입지를 굳혀왔다.
쌍용건설의 역량은 특히 프리미엄급 호텔 시공에서 빛난다. 세계 최고층 호텔로 기네스북에 오른 싱가포르의 '더 스탬포드 싱가포르'(73층)를 시공했으며 1980년대 말에는 국내 건설업체 중에는 처음으로 미국 매리어트 호텔과 함께 기획,설계,시공에 이르는 총괄 개발사업에 나서기도 했다. 두바이에서도 3대 호텔 중 두 곳인 두바이 그랜드 하얏트 호텔과 에미리트 타워의 시공을 맡는 개가를 올렸다. 쌍용건설은 2007년에도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건축 프로젝트 중에 최대 규모인 6억9000만달러 규모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싱가포르)을 수주했으며,2008년에는 토목공사 중에 최대 규모인 6억3000만달러 규모의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를 연이어 수주했다. 쌍용건설은 국내에서도 인천국제공항,경부고속철도,경의선,전주 월드컵경기장 건설 등에도 참여했으며 광안대교,부산항 컨테이너 부두 등 대규모 토목 공사에서도 뛰어난 시공 능력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