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불황은 더 좋다. "

경기 불황 때마다 회자되는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 파나소닉 창업자의 말이다. 준비가 잘된 기업은 불황 때 오히려 빛을 볼 수 있다는 뜻이지만 이 같은 기업을 실제로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건설업계에서는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도 이 같은 '먼 나라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는 기업이 있다. 포스코건설이 주인공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10조44억원어치의 공사를 수주해 창사 이래 최대 수주액을 달성했다. 1994년 창립,14년 만에 달성한 실적이다. 국내 건설사 중에서는 최단기간에 수주액 10조원을 돌파했다. 4조원대에 불과했던 2005년과 비교하면 불과 3년 사이에 수주액을 2배 이상으로 불려놓았다. 특히 2007년부터 건설경기가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스무살이 안된 신생 건설사가 달성한 성과로는 놀랍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같은 포스코건설의 급성장 비밀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수주액 중 제철플랜트 부문이 2조9039억원,에너지 부문이 2조1182억원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제철 및 에너지분야에 핵심역량을 집중,확실한 성장동력으로 육성한 것이 불황기를 헤쳐나가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인프라와 도시계획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한 것도 회사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 해외 수주액은 1조3424억원.엘살바도르에서 5억달러 규모의 260메가와트급 석탄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했으며,베트남에서는 북부 중심도시 하노이시 면적을 3배로 넓히는 '하노이 광역도시계획 수립'에 참여하기로 했다.

특히 3300㎢에 달하는 하노이 도시계획은 제철 · 에너지뿐 아니라 주택,도시계획 등의 건설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업역량이 필요한 프로젝트로 외화 획득은 물론 포스코건설의 사업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으로 보인다.

2009년 경영 모토를 '내실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정한 포스코건설은 재무건전성 확보에 중점을 두는 한편 사업 다각화를 통해 다음 도약을 위한 준비에 나서기로 했다. 비(非)철강산업,자원개발 사업 등 다른 사업분야로 핵심 사업역량을 확장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해외 사업의 성장을 위해 글로벌 인재양성과 경영시스템 구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같은 포스코건설의 사업방향은 올해 3월 취임한 정동화 사장의 경영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정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앞선 생각과 기술,앞선 열정만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의 경영방침은 현장중시 · 창의 · 책임경영으로 요약된다.

현장중시경영은 정 사장이 특히 애착을 보이고 있는 경영 방침이다. 최근 사내 인트라넷에 개설한 자신의 블로그에 'CEO 현장경영'이라는 코너를 따로 마련할 정도로 중요시하고 있다. 현장에서의 안전과 품질,환경보호에 최선을 다해 고객 만족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현장 시공 과정에서도 표준화와 프로세스화를 통해 최적의 품질경영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창의경영은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에 원가절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영전략의 핵심이다. 지금까지의 관행과 업무처리방식을 탈피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가치를 창출하고 업무진행 과정에 내실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자칫 움츠러들기 쉬운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 신바람 나는 일터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기존 주력 사업 외에 다른 영역으로 진출하고 미래의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데도 이 같은 원칙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정 사장이 내세운 원칙인 책임경영은 '국민기업' 포항종합제철에 뿌리를 둔 포스코건설이 창사 이래 DNA처럼 간직해온 원칙이다. 단순히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 국가와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사회발전을 위해 나눔 경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현재 90여개에 달하는 사내 봉사팀이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으며,지난해에만 4만8000여시간의 봉사활동을 벌였다.

[ 인터뷰 ] 정동화 사장 "풍력·조력·태양광 '녹색성장' 발빠른 준비"

정동화 포스코건설 사장은 "회사 창립 14년만에 수주 10조원을 돌파한 것은 국내 건설사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환하게 웃음지었다. 그 비결로 그는 "주력사업인 플랜트에서부터 토목 건축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활발한 해외진출을 통해 시장을 넓혀 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 포스코건설은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주택시장 호황에 취해 있던 2006년,국내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에너지사업본부를 설치해 풍력 · 조력 ·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선구적으로 개척해왔다. 전력이 부족한 중남미 지역과 동남아시아 등에도 일찍부터 진출해 플랜트 및 토목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저탄소 녹생성장'에 어느 건설사보다 일찍 진출할 수 있었던 까닭에 대해 정 사장은 "전임 최고경영자들의 혜안과 통찰력 덕분"이라며 겸손해 했다. 정 사장은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0조원 안팎의 수주를 목표로 정했다"면서 "경제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올해부터 'V.P.(Visual Planning)'라는 캠페인을 중점 시행해 잘못된 업무관행과 비효율적인 업무처리 방식,불필요한 지시 및 보고,회의 등의 낭비요인을 제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또 포스코건설이 주도해 개발하고 있는 송도국제도시를 설명할 때는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그는 "세계 어느 기업의 비즈니스맨이 와도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글로벌 수준의 기업환경과 정주환경을 갖춘 국제도시가 송도의 비전"이라며 "이를 위해 기획단계에서부터 세계 유수의 설계회사가 도시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송도의 성공은 홍콩 싱가포르처럼 글로벌 기업을 많이 유치했을 때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세금감면과 투자 인센티브 제공 등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