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이 영국에서 사용 중인 방법을 한국 실정에 맞게 적용하기 위해 35개 모델을 만들어 시험해 봤습니다. "

김종만 SC제일은행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사진)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기초가 되는 거래 기업의 부도율이나 부도 발생시 손실률을 '고급내부등급법'이라는 새로운 기법으로 산출하게 된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새 기법 개발을 지휘한 김 부행장은 28일 "금융선진국에서만 사용하는 이 기법을 SC제일은행이 한국 은행들 중에서 처음으로 개발했고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얻은 것은 금융선진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담보 회수율 같은 부분은 국내 은행이 영국 은행들에 비해 낮기 때문에 국내 실정에 맞게 고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고 전했다.

BIS비율을 산출하는 방법에는 표준방법,기본내부등급법,고급내부등급법 세 가지가 있다. 표준방법을 쓰는 은행들은 자신이 거래하는 기업의 부도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위해 부도율(PD),부도시 손실률(LGD),부도시 익스포저(EAD) 등의 수치를 적용할 때 무디스,피치 등의 신용평가사가 제시한 값을 사용한다. 기본내부등급법은 부도율만 은행 자체적으로 산출하며 고급내부등급법은 세 가지 요소 모두를 자체적으로 산출해 적용한다. SC제일은행을 제외한 국내 은행들은 BIS비율 산출시 표준방법이나 기본내부등급법을 쓰고 있다. 반면 영국 홍콩 등에서 영업하는 은행들은 대부분 고급내부등급법을 사용 중이다.

김 부행장은 "은행이 자체적으로 거래 기업의 리스크를 측정할 수 있게 되면 건실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더 많은 대출을 싼 이자에 해 줄 수 있다"며 "은행 자체적으로도 BIS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 사례를 볼 때 고급내부등급법을 사용하면 BIS비율이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은행은 여유가 생긴 자본을 기업 대출에 이용할 수 있다. SC제일은행의 1분기 BIS비율은 11.33%였는데 고급내부등급법을 적용하면 11.80% 정도로 높아질 것으로 은행 측은 예상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3분기부터 고급내부등급법을 사용해 BIS비율을 측정할 계획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