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발탄''아낌없이 주련다' 등으로 유명한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거목 유현목 감독(사진)이 28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84세.유 감독은 2007년 뇌경색으로 입원한 뒤 최근 당뇨합병까지 겹쳐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고인은 전후 어둡고 절망적인 사회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신과 인간의 실존적 문제도 진지하게 성찰한 작가주의 감독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40여 편을 헤아리는 그의 영화들은 전후 예술가들이 받은 실존주의의 영향,좌우의 이념대립,해방 이후의 불안한 정세,고향에 대한 상실감,산업사회 속의 인간 소외문제까지 다채로운 세계를 망라한다.

특히 한 가족의 일상을 통해 분단의 상처를 그린 '오발탄'은 영화학도들이 반드시 봐야할 고전으로 꼽힌다. 국내 영화인들로부터 20세기 최고의 한국 영화로 선택되기도 했다.

고인은 1925년 황해도 봉산군 사리원에서 태어나 휘문고와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56년 영화 '교차로'를 감독하면서 영화계에 입문했다. 1961년작 '오발탄'은 발군의 연출력을 인정받으며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 초빙됐다. 이후 '아낌없이 주련다'(1963)'잉여인간'(1964) '순교자'(1965)'사람의 아들'(1980) 등 인간 내면과 종교 문제 등을 조명하는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였다.

일흔 살의 고령인 1995년에는 '사람의 아들' 이후 15년 만에 '말미잘'을 내놔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생전에 9차례에 걸쳐 대종상 감독상을 받았고,대한민국문화예술상(1978),대한민국예술원상(1982)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한국영화발달사'(1981) '세계영화감독론'(1985) '영화인생'(1995) 등 6권과 역서 '일본영화 이야기'가 있다. 유족으로는 서양 화가인 부인 박근자 여사가 있다.

정부는 문화예술인에게 주는 최고 권위의 훈장인 금관문화훈장을 고인에게 추서할 예정이다. 빈소는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발인은 7월2일.(02)2258-5940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