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5인 연석회의가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실.기자들이 바깥 복도에서 매일 만나는 얼굴들이 있다. 바로 경영자총연합회(경총)와 노동부 관계자들이다. 3당 환노위원들과 양대 노총이 비정규직 해법을 토론하는 동안 이들은 회의장 밖에서 대기한다.

회의장 상황을 파악하려는 이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새로운 이야기라도 나올까 문간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기자들의 대화에 귀를 쫑긋한다. 회의장에서 의원 보좌관이라도 나오면 바로 따라 나선다. 화장실에 간 사이 회의가 끝나면 어디까지 논의됐나 알 수가 없어서 때론 화장실도 참는다.

29일 만난 경총 관계자는 "노 · 정은 매일 만나는데 우리 신세는 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기업 고용대책과 직결된 문제들을 손놓고 지켜봐야 한다는 게 답답하다"며 "고용 대책을 세워야 하는 기업들도 '매일 소외돼 있다'며 항의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논의 중인 정규직 전환지원금 확충에 대해선 할말이 많다. 그는 "기업에 돈을 주면 이미 정규직화를 준비해온 대기업 정도나 혜택을 입는다"며 "그렇다고 중소기업만 지원하면 고용보험 대부분을 부담하는 대기업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니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해법을 내려면 사측과도 대화를 해야 한다"고 역설하던 그는 회의장 분위기를 살펴야 한다며 종종걸음을 옮겼다.

또 다른 '소외자' 노동부는 복도 벤치에 노트북을 펼친 채 야전 태세다. 한 직원은 "노동부 업무와 예산 문제를 조율해야 하는데 내쫓긴 것 같아 민망하다"며 "정치권 움직임을 안 살피고 '사용기간 연장'을 추진하다 논의에 소외돼 버린 것 같다"고 자책했다.

여야 논리대로 1~2년 법 적용을 유예하면 매년 문제가 되풀이되는데 벌써 걱정이라고 했다. 노 · 사 · 정 협의에 잘 안 오는 민주노총이 이번 회의에 꼭 참석하는 것을 보면서 '노동부가 그렇게 신뢰를 잃었나'하는 생각도 든다고도 했다.

비정규직 문제의 또 다른 당사자인 경영계와 노동부가 소외돼 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에 이들이 빠진 것이다.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 등 남은 현안들은 '노 · 사 · 정'이 함께 하는 정상적인 자리에서 논의돼야 한다.

김유미 정치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