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에선 수매가>판매가 역전도
쌀 시장이 큰 몸살을 앓고 있다. 쌀 생산량이 지난해 10%가량 늘었지만 쌀 소비량은 되레 줄어 고스란히 재고로 쌓였기 때문.지난해 초 이명박 대통령이 쌀 소비 촉진을 강조한 뒤 식품업체들이 쌀 가공식품을 앞다퉈 내놨지만 판매는 미미한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풍작이었던 지난해 쌀 생산량이 484만3000t으로 전년보다 9.9%(43만5000t) 증가했다. 반면 소비량은 줄곧 감소세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06년부터 한 가마(80㎏) 미만으로 떨어진 이후 지난해에는 75.8㎏에 그쳤다. 2001년 88.7㎏에 비해선 14.5%(12.9㎏)나 줄어,1인당 하루 밥 두 공기에서 1.7공기만 먹는 셈이다. 때문에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쌀 재고량은 지난달 말 56만5000t으로 1년 전(39만3000t)보다 43.8% 급증했다.
소비는 줄고 재고가 쌓이니 쌀값도 내림세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쌀 도매가격(상품 · 20㎏)은 29일 현재 3만9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6%(2300원) 하락했다. 소매가격도 4만4680원으로 한달 전보다 2.3%(1040원) 내려,평년 가격인 4만5000원 선에 못 미쳤다. 정용호 농협중앙회 양곡부 차장은 "산지에선 지난해 벼 매입가격(40㎏당 5만4250원)보다 현재 판매가격(5만~5만1000원)이 더 낮은 '역계절 진폭'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기야 농림수산식품부는 쌀 가격 안정을 위해 10만~15만t가량을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쌀값이 내리면 농민들은 직불금으로 가격을 보전받지만 이에 따른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농협도 다음 달 1~3일 전국 16개 지역본부에서 쌀소비 촉진 및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벌인다.
식품업계에선 쌀라면 · 국수(삼양식품,세방),쌀올리고당(CJ제일제당,대상,오뚜기),쌀과자(롯데제과,오리온),쌀고추장(대상) 등 쌀 가공식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조용'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쌀로 만든 제품은 가격이 10~20% 비싸고 쌀국수 등 대용식과 쌀 조미료는 선호도가 낮다"며 "쌀과자는 수요가 있지만 판매 비중이 아직 미미하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