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비정규직법 개정안의 시한 내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는 30일 밤늦게까지 절충을 벌였으나 최대 쟁점인 법시행 유예기간을 놓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안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여야는 막판까지 타협은 커녕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는 등 표 논리 속에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의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에 따라 71만명 비정규직 근로자의 해고 위기가 현실화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3당 환경노동위 간사들은 이날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한 마지막 담판에서 연간 1조원의 정규직 전환지원금 확보에는 의견접근을 이뤘으나 법 시행 유예기간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2년 유예'를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최대 1년 미만 유예'로 맞섰다. 여야의 합의 실패로 시한을 넘김에 따라 1일부터 기업들은 2년 이상 근속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계약 해지해야 하는 기존 비정규직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당장 7월부터 매달 3만~9만명의 노동자가 정규직 전환 또는 계약 해지 상황의 갈림길에 내몰리게 된다.

한나라당 환노위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시한인 30일까지 합의안 도출이 안 된 만큼 시행을 2년 유예하는 한나라당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1일 국무총리관저에서 당정회의를 갖고 해고대란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다.

이에 민주당은 1일부터 시행된 법에 대한 적용 유예논의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 강행시 실력저지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적용에 들어간 법안에 대해 유예 얘기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미 확보한 1185억원의 구체적 지원방안과 실업수당 등 시행에 따른 보완책을 위한 논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법 처리 무산에 따른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후폭풍도 거셀 전망이다. 7월부터 법이 시행되는데도 지난 2년 동안 손 놓고 있었던 노동부의 무기력증과 표를 의식해 6월 초까지 당론조차 정하지 못한 한나라당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된다. 해고대란은 없다며 기존 비정규직법 강행을 밀어붙인 민주당은 향후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엄현택 환노위 수석전문위원은 "당장 7월에만 9만여명이 정규직 전환 또는 계약해지 대상인데 이 가운데 재취업이나 재계약에 실패한 3만명가량이 실업자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호/김유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