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감증명이 잘못 발급됐다면 해당 관청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4단독 김태훈 판사는 30일 이모씨가 이혼한 전 부인의 인감증명을 도용해 대출을 받은 뒤 갚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A은행이 부산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부산시는 은행에 9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감증명은 법률 행위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행정청이 공식적으로 증명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관청은 신청인의 신분을 확인해야 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에는 발급을 거부해야 한다"며 "이번 소송건은 공무원이 확인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대출은 은행의 책임 아래 이뤄지는 것으로 원고가 대출 과정에서 제대로 내용을 살피지 않은 책임이 인정된다"며 부산시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A은행은 전 부인의 인감증명을 부정 발급받아 3000만원을 대출한 이씨가 대출금을 갚지 않자 이씨와 부산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