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광장 앞에 있는 과일음료 매장 스무디킹 광화문점은 다른 매장과 달리 오후 7~10시가 '황금시간'이다. 근처에서 공연,이벤트 등을 구경한 사람들이 몰려 시간당 30만~4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 때문.김정아 점장은 "주말에 멀리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청계천으로 몰려들어 6월 매출이 지난해보다 18% 늘었다"고 말했다.


불황으로 외식업체들이 매출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청계천 일대 점포들은 '청계천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직장인 수요와 함께 도심 속 휴식공간으로 거듭나며 '불황 무풍지대'로 자리잡은 것.

청계광장부터 삼일교까지 약 1㎞의 양편 길이 이 상권의 노른자위로 꼽힌다. 이곳에 스무디킹,더플레이스,스타벅스 등 30여개 크고 작은 외식 · 음료 · 커피전문점들이 줄지어 있다. 청계천 상권의 특징은 소비자층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종로,소공동 일대 직장인들과 명동 관광객,더위를 피해 오는 시민 등 소비자층이 폭넓어 경기 영향을 덜 받는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6월 한 달(1~28일)간 122만여명이 청계천을 다녀가 전년 동기(106만명)보다 15.1% 늘었다.

스무디킹 광화문점은 6월에만 7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스무디킹의 전국 60여개 매장 중 10위 안에 들었다. 관계자는 "선릉,여의도 등 업무 중심지구에 있는 다른 매장들이 주말이면 한산한 것과 달리 이곳은 주중과 주말 가리지 않고 붐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평일 오전 10시면 아침 세트메뉴가 동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주말에는 혼자 들러 책을 읽거나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른바 '코피스(Coffee+Office)족'이 주고객"이라고 말했다. 커피 · 토스트 전문점 코피티암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청계천 윗길 보도 확장공사'가 끝나면 사람들이 위로 올라와 고객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할리스커피 매장도 6월 매출이 1년 전보다 24% 신장했다. 박지혜 점장은 "주말이면 간편하게 걸으면서 먹을 수 있는 와플이 평일보다 35%가량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할리스와 함께 건물이 3~4층 높이인 더플레이스,커피빈 등은 전망이 좋아 이 상권의 명당자리로 꼽히기도 한다. 이 지역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K씨는 "현재 청계천 대로변 매물이 단 3개"라며 "이마저도 하루에도 4~5명씩 문의하고 있어 금방 나간다"고 귀띔했다.

외식업체들도 속속 입점하고 있다. 미스터피자가 지난달 중순 디지털 브랜드 체험관인 플래그숍 개념의 청계점을 낸 데 이어 커피전문점 커핀그루나루도 이달 개점 목표로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이 일대 점포의 권리금은 2005년 청계천 복원 직후보다 20~30%가량 올랐다. 66㎡(20평)짜리 점포 권리금만 2억5000만~3억원에 달한다.

국수집을 운영하는 A사장은 "점포 규모가 약 30평인데 월 임대료가 1000만원에 달해 인근 종로3가에 있는 비슷한 점포보다 두 배나 비싸다"고 말했다.

B부동산 대표는 "매물이 없어 직접 건물주들을 찾아야 할 정도인데 대부분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입점한 이후 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마저도 힘들다"고 말했다.

최진석/강유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