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살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에 오기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살아봤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유학 시절 차(茶)에 우유를 넣는 법을 배웠고,뉴욕에서의 6년 동안 '네 글자 욕설(four letter curses)'을 믿음이 가는 단어로 바꿔 말하는 데 탁월해졌다. 그리고 파리에서의 6년은 지성적으로 분석하는 최상급 니힐리즘에 대한 워크숍 과정이었다. 내 인생의 대부분은 조국인 독일을 떠나 최고의 과학을 추구하면서 보냈다.

그러나 서울은 달랐다. 내 고향의 문화와 닮은 환경에서 살 때는 작은 차이들에 사로잡히게 되는 반면,한국처럼 완전히 다른 문화권에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오히려 비슷한 점들이다. 그것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동물의 지각은 과거 경험의 형상을 축적,기억해두고 새로 받아들인 정보의 형상과 비교해 인식하는 일종의 패턴인식(pattern recognition)현상을 갖는다. 좁은 명동 골목길에서 젊은 여자끼리 손잡고 걸어가던 모습을 지켜본 서울에서의 첫날 기억은 몇 년 전 뉴욕에서 봤던 '게이올림픽'을 연상케 하는 것처럼 말이다. 독일 차나 스타벅스 로고에 흥분되는 신경세포들처럼 패턴인식은 보다 더 세속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길을 잃어버린 외국인의 뇌는 1년의 대부분을 서울을 핑계로 꾀병을 부리게 되고,결코 비슷한 패턴의 섬을 떠나지 않는다. 내가 아는 브랜드들이 바로 서울에 있고,상점들도 있다. 음식,특정 부류의 사람들도 있다. 이탈리아제 스쿠터 베스파,유럽풍 스포츠카로 속도를 내며 달리는 디자이너 의상을 입은 여피족,와인 바,치즈,커피에 밀크를 어떻게 넣는지에 대한 단어들 역시 프랑스 파리라고 느낄 정도다.

그렇다면 서울은 글로벌화의 완벽한 표상이고,글로벌 세대들의 도시인가. 그렇게 보기 힘들다. 몇 년이 걸려서야 서울에서의 패턴이 알고 보면 겉모습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됐다. 비슷한 모습들이 있었지만 다른 이유가 숨겨져 있었다. 한국인들은 외국어를 액세서리처럼 다루며,사교적인 대화에서 장식이 가미된 단어로 사용하고 있었다. 겉으론 서양식인 것처럼 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보면 재구성된 것이고,현실에 딱 들어맞게 짜여져 있다. 알고 보면 한국식인 것이다.

나는 이보다 강렬하고,일관되며,자부심이 강한 문화를 보지 못했다. 외국의 영향은 에너지원처럼 보인다. 흡수되고 분해돼 원래의 것 이상으로 재창조되고 있다. 지난 4000년간 진화하고 있는 한국스타일이 되는 것이다. 비슷해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한국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느껴진다. 한국을 좀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여기저기를 찾아 다니게 되면서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곳들 중 가장 에너지가 넘치고 흥미진진하면서도 중독성이 강한 곳이란 걸 깨닫게 된다.

[영문원고]

Ulf Nehrbass, CEO, Institut Pasteur Korea ulfnehrbass@ip-korea.org

It's not the first time.I have lived in other countries before.In Cambridge I learnt to pour milk in my tea.6 years New York,and I excelled in fitting unsuspecting vocabulary with 4 letter curses.And then Paris,a 6 year work shop in high end,intellectualizing nihilism.Most of my life I spent outside of Germany in pursuit of the best science. But non of it prepared me for Seoul.

Seoul is different.When you live in a culture that closely resembles your own what you start obsessing over are the subtle differences. When dropped into a country as different as Korea, however, all I notice are the similarities. Because it is the only thing my desperate brain can figure out: Pattern recognition. Clinging on to something that I have seen before. Anything. Like my first night out in Seoul, pushing my way through the narrow streets of Myong-Dong against waves of young girls holding hands. Girls holding hands was easy, I instantly recognized the gay Olympics in New York a few years earlier. But pattern recognition can be or a more mundane kind; Neurons firing in excitement over a German car or a starbucks logo. And so, a lost foreigner 's brain can easily malinguer through Seoul for the better part of a year and never leave islands of familiar pattern. The brands are there, the shops. The food. The types are there. The Vespas are there. 'Yuppies' in designer clothes peeling themselves out of the befitting Euro sports cars. The wine bars, cheese, the tiring vocabulary over how the milk was added to coffee. Could be Paris.

The perfect image of globalization then, Seoul as the global village, a global generation doing the global do? Hardly. It took me years to understand that in Seoul pattern really is patina. There is convergence of the same movement but for different reasons. Koreans play with western references as an accessory, it's vocabulary in their overarching intersocial discourse. However Western it may seem, on closer look it has been reassembled and snug fit into the only reality that exists; Korean. I have never seen a stronger, more coherent and more confident culture. Foreign influence appears like an energy source, absorbed deconstructed and rebuilt into more of the same; The Korean way, evolved over the last 4000 years. Between the familiar and the real, Korea exposes me to a constant force field that to understand and navigated, makes Seoul the most energetic, exiting and addictive place I have lived in so f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