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복은 경기의 바로미터다. 경기가 가라앉으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아이템 중 하나다. 지난해 이후 이어진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일본에서도 신사복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이런 소비 불황 속에 지난 상반기 일본 신사복 시장에 이변이 일어났다. 백화점들의 신사복 특판(세일) 행사에서 대부분의 백화점 매출이 5~25% 감소했으나 마쓰야백화점만 60% 급증했다.

마쓰야 신사복의 성공요인은 한벌에 9800엔(약 13만원) 하는 파격적인 가격의 신상품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당초 200벌을 한정 판매했는데 첫날 매진됐다. 또 한벌에 3만~4만엔 하는 고가 특판 상품들도 전년보다 두세 배나 더 팔려나갔다. 10만엔 정도에 팔던 고가 브랜드 제품들이었다. 이런 고가 제품을 3만~4만엔에 팔자 고객들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열었다.

소비자들이 평소 동경하던 고급 브랜드 정장을 3만엔에 팔 수 있었던 것은 백화점 측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첫 번째는 일본 내 판매회사를 통하지 않고 이탈리아의 도매업자로부터 직접 납품을 받았기에 가능했다. 두 번째는 비수기에 물량을 대량 발주해 싼 가격으로 미리 확보해 뒀기 때문.

마쓰야백화점은 신사복의 원가를 계산해 소재까지 정한 뒤 발주하는 방식으로 단가를 떨어뜨렸다. 마쓰야 관계자는 "올봄 세일에 앞서 6개월 전인 지난해 가을께 울과 실크를 원단으로 하는 정장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가격을 정해 이탈리아 의류업체에 주문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소재'까지 정하는 철저함이 가격 인하의 배경이 됐던 셈이다.

일본 신사복 시장에서는 2벌에 2만5000엔대,미끼 상품은 1벌에 1만엔 밑으로 파는 등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가격 이상의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로 승패가 갈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