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서도 자신이 가치를 느끼는 분야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

신세계백화점은 올 상반기 소비 트렌드를 '포미(for me)'로 제시했다. 올 상반기에 판매된 백화점 상품군 매출을 분석한 결과 패션 소품과 친환경 · 유기농 제품 등 자기 자신을 가꾸거나 만족을 높일 수 있는 'for me' 상품들은 불황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30대 남성들의 '작은 사치' 경향을 반영하는 '브라이틀링' '론진' 등 남성 고급시계 매출이 70%가량 급증했고,친환경 상품에 서슴없이 지갑을 여는 '그리니스타'(Greenista=Green+fashionista)들이 많아지면서 오가닉 코튼 의류 매출이 94% 뛰었다. 또 유기농 화장품도 브랜드별로 30~90% 신장했다.

백화점뿐 아니라 대형 마트에서도 '가치 소비'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를 'SALT'(소금)로 요약했다. '소량(small),대안(alternative),여가(leisure),전통(tradition)'의 이니셜을 딴 'SALT'는 알뜰하게 절약하면서도 필요한 곳에는 지갑을 열 줄 아는 '합리적 짠돌이'를 의미한다. 소비자들은 소용량 상품이나 대안 상품 등 절약 상품을 선호하면서도 여가 취미 등 자기 만족을 위한 소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가전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이마트에서 올 상반기 46인치 이상 대형 LCD TV는 65%,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가 45%,MP3플레이어는 34% 각각 매출이 늘었다.

하지만 '가치소비'를 반영하는 상품군이라고 해서 모두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꿰뚫어 감성적 가치를 충족시키거나 지속적인 디자인과 기술 혁신으로 상품의 품격을 높인 제품들만이 히트상품이나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2009년 상반기 한경 소비자대상'에서도 가격은 다소 비싸도 이 같은 기준을 충족시킨 제품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삼성전자의 'LED TV 8000'은 LED(발광다이오드) TV라는 장르를 개척한 혁신적인 제품으로 초당 구현할 수 있는 화면의 숫자가 기존 제품보다 두 배가량 높아 영화의 총격전,스포츠 중계 등 빠른 동영상을 재생할 때 잔상이 거의 남지 않는다. 또 TV 테두리에 플래티늄 블랙 색상을 적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지난 3월 전 세계에 동시 선보인 삼성전자 LED TV는 출시 100일 만에 판매량 5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 3월 말 출시된 삼성전자 노트북 '센스 Q320'은 문서 작업이나 인터넷 검색 외에 영화,게임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기는 사용자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제품이다. 특히 종전 16대10이 아닌 16대9의 화면 비율을 채택해 HD(고화질)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최적화한 제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생활가전부문의 청호나이스 '이과수 얼음정수기'는 디자인 혁신으로 제품 가치를 극대화한 케이스.고급 에어컨이나 휴대폰에 주로 쓰이는 터치센서를 적용하고 광택이 나는 흑색,자주색 등 감각적인 색상을 사용해 고품격 인테리어 가전 분위기가 나도록 했다. 교원L&C '웰스정수기'는 미네랄 성분이 함유된 알칼리성 물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정수기로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금융 부문에서는 기존 상품을 재발견하거나 변화를 줘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상품들이 각광을 받았다. △김연아 선수도 응원하고 우대금리 혜택을 받으면서 기부도 할 수 있는 적립식 예금인 국민은행의 '피겨퀸 연아사랑 적금'△장기투자에 적합한 ETF(상장지수펀드)와 개인별 자산관리에 특화한 랩어카운트를 결합한 굿모닝신한증권의 '한중일 ETF랩'△업계 최초로 보장자산과 연금자산 외에 의료보장과 치매보장 등을 통합한 보험상품인 NH보험의 '베스트종신공제'등이 대표적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