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LG 전자 "바닥 다진 상반기… 불황탈출 희망 보인다"
"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 업계 전반이 매우 힘든 시기를 겪었으나 조금씩 회복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이윤우 부회장)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임직원 모두가 노력한 결과 점차 불황의 늪을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최지성 사장)

삼성전자에서 부품(DS)과 완제품(DMC) 부문을 각각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과 최 사장은 1일 사내방송 CEO(최고영영자) 메시지를 통해 불경기 탈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했다. 2분기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담았다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 · LG,"불경기 속 호황"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이하 글로벌 연결기준) 내외로 추정된다. 세계 경기 침체와 판매가격 하락으로 1분기 9800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부품 부문이 되살아난 것이 실적 개선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1분기 6700억원의 적자를 냈던 반도체 사업은 2분기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D램 가격이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오른 데 힘입은 것이다. LCD 사업 역시 2분기부터 전 생산라인이 풀가동 체제로 바뀌는 등 업황이 빠르게 개선돼 예년 수준의 분기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휴대폰과 TV를 주축으로 하는 완제품 부문도 1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지난 분기와 엇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지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삼성SDI와 부품업체인 삼성전기도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의 전자 계열사들도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인 9000억~1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LCD 패널 수요의 증가로 2분기 흑자전환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가 2분기 '불경기 속 호황'을 맞은 것은 수출에 이어 내수까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휴대폰이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 3월까지 국내 시장 월별 휴대폰 판매량은 150만~200만대 수준이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4월부터다. 이 때부터 휴대폰 수요가 급증,지난 6월에는 303만1000대까지 월별 휴대폰 판매량이 확대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6월 각각 158만대와 100만대의 휴대폰을 팔았다. 두 회사의 6월 휴대폰 판매량은 월별 집계 기준으로 모두 사상 최대치다.

◆원 · 달러 환율 1000원 시대 대비해야

이 같은 분위기가 하반기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상반기 '실적 버팀목' 역할을 했던 환율효과가 사라지는 추세인데다 제품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이 부회장과 최 사장은 이와 관련,이날 CEO 메시지에서 "하반기를 낙관할 수 없으며 체질 개선작업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부회장은 "하반기에 환율 1000원대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체질 개선 작업을 벌여야 호황기에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며 "경영상의 변수가 나타났을 때 즉시 진로를 수정할 수 있는 기민성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사장도 임직원들에게 "시장 지배력을 더 높이지 않으면 다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며 "현재 1위인 제품은 2위와의 점유율 격차를 더욱 확대하고 2위 제품은 1위와의 격차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업계에서는 환율효과 감소에도 불구,국내 전자업체들의 실적이 급락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3분기에는 전통적인 전자업계의 성수기로 제품 수요가 늘어난다"며 "영입이익률이 다소 떨어질 수는 있지만 영업이익은 2분기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