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군을 낳아주신 부모님께 무한 감사드립니다. "

빅뱅 멤버인 대성의 팬클럽 '막라가기 서포터즈'가 지난 4월 대성의 스물 한 번째 생일을 맞아 한 일간지 지면에 실은 광고 문구다. 인기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종영을 아쉬워한 김현중의 팬들도 모 일간지 생활광고 면을 이용해 비슷한 방식으로 마음을 전했다. 여성 그룹 카라의 팬클럽은 데뷔 2주년을 축하하는 광고를 냈고,박지성의 팬클럽 '수시아'도 생일 축하 광고를 실었다. 또한 배우 이영애의 일본 팬클럽은 지난달 7일 산케이신문에 회원 모집 광고를 내기도 했다. SS501 팬클럽 임원인 선모씨(23)는 "신문에 광고를 내면,인터넷 공간에 갇히지 않고 팬클럽의 존재를 새롭게 알릴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팬클럽의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그저 좋아하는 스타를 추종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활동을 공인받고 지지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신문광고나 기부행위를 한다. 신문광고에서는 생일 축하나 결혼 독려 등 스타의 대소사를 챙긴다. 스타의 이름을 건 기부행위는 스타를 빛내는 또다른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부 바이러스'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말 이후 급속도로 퍼졌다. 서태지의 팬클럽은 지난 2월 서태지의 만 37세 생일을 맞아 모 방송국에 성금 2700여만원을 전달했다. 그룹 2PM의 팬클럽은 171장의 헌혈증을 백혈병소아암협회에 전달했고,SS501 김현중의 팬클럽 '퍼펙트'는 1000만원을 백혈병 어린이재단에 기탁했다. 굿네이버스의 윤보애 간사는 "팬클럽 기부금은 스타의 생일이나 기념일에 주로 들어온다"며 "건당 100만~500만원 사이가 가장 많으며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자선활동이 과열로 치달으면서 문제점도 야기한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10대들이 무분별하게 '남 따라하기'에 나서는 경우다. H신문 광고국 관계자에 따르면 모 가수를 위한 500만원짜리 전면컬러 광고 등 스타 관련 신문 광고가 6개월간 15건에 달했는 데,상당수가 10대들이 돈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를 위한 과다한 소비 지출도 문제다. A그룹의 한 멤버를 위한 팬클럽은 홈페이지에 선물과 기부금 내용을 공개했다. 부모님 선물 77만6000원,악기 구입 279만원 등 총 1250만원에 달했다. 일부 팬클럽이 인터넷을 통해 지출 내역을 경쟁적으로 공개하면서 자칫 스타에 대한 사랑을 돈으로 환산하려는 풍조가 퍼지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한 팬클럽 회원인 임소영양(15)은 "급식비나 학원비,용돈 등에서 부모님 몰래 활동비용으로 낸 경우가 종종 있다"며 "잘못된 건 알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에게 뭐든지 다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문화를 즐기는 10대 중에서도 빈부격차로 인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며 "보여주기식 기부나 언론 노출을 노린 행위는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극성 팬들의 가장 큰 문제는 왜곡된 스타사랑 방식이다. 연예인의 사생활 침해가 미니홈피 해킹,휴대폰 복제 등으로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가수 보아는 2007년 자신의 미니홈피를 해킹당한 뒤 보관 중이던 사진이 유출돼 3500만원을 손해봤다. 동방신기도 미니홈피를 해킹당해 멤버의 이메일과 비밀번호가 인터넷 상에 유포됐다. 여자연예인 L씨는 "전화를 바꾸면 1분도 안돼 '내가 바꾼다고 모를 줄 알았냐'는 등의 문자메시지가 온다"며 "평균 6개월에 한 번씩 전화번호를 바꾼다"고 고백했다. 스타 관련 문화행사나 콘서트,영화 시사회 등에 기자를 사칭해 '잠입'하는 극성 팬들도 많다.

팬클럽이 스타와 연예산업을 키우는 건 명확한 사실이지만,그늘이 존재하는 것 또한 분명하다. 기획사나 팬클럽 스스로 자정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란 얘기는 이래서 나온다.

김보라/김주완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