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갤러리] 정순영 '인생ㆍ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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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가 문득
되돌아보니
또렷이 남긴 모래 위 발자국들이
파도에 씻기고 있다.
지난 초여름 어느 계곡에서 만난
아리따운 풀꽃이거나
아직도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
고향 친구의 우정이거나
언제나 눈을 껌뻑이며 등을 또닥이는
이웃이나
함께 동행 하는 것이 아니라
주마등같이 스쳐가고 있다.
-정순영 '인생 · 1' 전문
인생은 참으로 아련하다.눈에 박힐듯한 선명한 기억도 그저 바닷가 모래위 발자국이 파도에 씻겨나가듯이 일순간 사라지기 때문이다.도대체 우리는 살아온 인생의 몇 퍼센트를 기억이란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걸까.
우리는 모래알보다 작은 기억의 편린을 부둥켜앉고,그걸 인생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풀꽃도,우정도,이웃도 알고보면 모두 스쳐지나갈 뿐이라는 대목이 마음에 와 닻는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생자필멸(生者必滅)로 윤회하는 게 삶이라는 생각에서다.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