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 대전청사 브리핑실에서는 며칠에 한번씩 희한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기자들에게 정부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에 기자들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고 '나홀로 브리핑'을 실시하고 있는 정부 부처가 있기 때문이다. 다름아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다.

어쩌다 한번은 나홀로 브리핑을 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못 보겠다며 설명을 들어주는 '인정 많은' 기자 단 한 명을 앉혀두고 브리핑하는 장면도 목격되곤 한다.

지난 5월2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각 부처에 대한 홍보평가를 부활하면서 브리핑 실적을 반영하겠다는 지침을 내린 이후 대전청사에 입주한 8개 청 단위 기관들도 경쟁적으로 브리핑을 실시하고 있다. 다른 기관들이 브리핑할 때는 언제나 기자들로 성황을 이룬다. 그러나 행복청의 브리핑에는 기자들이 왜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 걸까.

행정도시건설청의 경우 대전청사에 입주해 있지 않고 별도의 상주 기자가 없어 중앙 언론매체의 기자를 만날 수 있는 대전청사 브리핑실을 이용하고 있다. 대전청사에 주재하고 있는 기자들은 국민에게 전달되지도 않고 실적에만 올라가는 '이상한' 브리핑을 왜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브리핑 실적을 평가하는 문화부는 '나홀로 브리핑'을 하며 실적만 늘려가는 행복청에 점수를 꼬박꼬박 줄까도 궁금하다.

행복청은 수없이 많은 보도자료를 연일 쏟아내며 브리핑을 계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심을 두는 기자는 아무도 없다. 기자들이 행복청 브리핑을 외면하는 이유는 될지 안 될지 모르는 행복도시에 관한 보도자료는 기사 가치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행복청 대변인실 직원들도 죽을 맛이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브리핑을 하기 위해 혈세를 낭비해가며 비싼 기름값을 들여 대전청사와 행복청을 오가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도시는 정부 여당과 야당의 미묘한 입장 차이 등으로 명칭과 지위,행정구역조차 아직 법률로 정해지지 않았다. 세종시의 법적 지위를 규정할 관련 법안은 몇 개월째 방치돼 있고 행정부처 이전을 위한 변경고시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행복도시가 기자들에게조차 관심권 밖의 일이 돼 버린 이유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