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방통위의 갑작스런 뒷짐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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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얘기인데요… 보도자료 좀 보여 주세요. "(방송통신위원회 A과장)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2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3차 민 · 관합동회의 보도자료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가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와이브로 전국망 구축에 소요되는 2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은행 등이 설비투자펀드를 조성키로 했다는 걸 골자로 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통신사들과 함께 SPC(특수목적회사)를 공동 설립하는 방안까지 자세하게 포함됐다. 주무부처인 방통위 담당자 연락처까지 적혀 있었다.
이 방안은 통신사업자들이 구축해온 통신망을 정부가 직접 나서 재원까지 챙겨준다는 점에서 통신 정책에 일대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그런 만큼 업계의 관심은 컸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 확인을 위해 통신업무 담당자들에게 전화했지만 반응은 '금시초문'이었다. 관련 부서에서는 재정부와 협의한 당사자를 찾느라 부산을 떨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오후 늦게서야 "와이브로 사업권이 없는 SPC가 와이브로망을 구축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될 수 있다"며 재정부 발표를 뒤집었다. 방통위가 바로 전날 통신사 CEO(최고경영자)들을 불러 투자 확대를 주문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업계 일부에서는 방통위의 갑작스러운 뒷짐이 '괘씸죄'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KT가 방통위를 제쳐두고 와이브로망 구축을 위한 SPC 설립안을 청와대 및 재정부,지식경제부 등에 건의한 탓이다. 때마침 이석채 KT 회장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방통위의 철학이 잘못됐다고 비판한 데 대해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하는 등 방통위와 KT가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방통위는 그동안 와이브로 활성화를 금과옥조처럼 외쳐왔다. 국내에서 와이브로가 잘돼야 해외에 수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입자 22만명에 불과하지만 KT 등 사업자들에게 와이브로 투자를 독려해왔다. 그러던 방통위가 느닷없이 뒷짐을 지려 하는 모습에 통신사업자들이 못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항간의 추측처럼 방통위가 '본때'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박영태 산업부 기자 pyt@hankyung.com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2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3차 민 · 관합동회의 보도자료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가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와이브로 전국망 구축에 소요되는 2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은행 등이 설비투자펀드를 조성키로 했다는 걸 골자로 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통신사들과 함께 SPC(특수목적회사)를 공동 설립하는 방안까지 자세하게 포함됐다. 주무부처인 방통위 담당자 연락처까지 적혀 있었다.
이 방안은 통신사업자들이 구축해온 통신망을 정부가 직접 나서 재원까지 챙겨준다는 점에서 통신 정책에 일대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그런 만큼 업계의 관심은 컸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 확인을 위해 통신업무 담당자들에게 전화했지만 반응은 '금시초문'이었다. 관련 부서에서는 재정부와 협의한 당사자를 찾느라 부산을 떨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오후 늦게서야 "와이브로 사업권이 없는 SPC가 와이브로망을 구축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될 수 있다"며 재정부 발표를 뒤집었다. 방통위가 바로 전날 통신사 CEO(최고경영자)들을 불러 투자 확대를 주문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업계 일부에서는 방통위의 갑작스러운 뒷짐이 '괘씸죄'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KT가 방통위를 제쳐두고 와이브로망 구축을 위한 SPC 설립안을 청와대 및 재정부,지식경제부 등에 건의한 탓이다. 때마침 이석채 KT 회장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방통위의 철학이 잘못됐다고 비판한 데 대해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하는 등 방통위와 KT가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방통위는 그동안 와이브로 활성화를 금과옥조처럼 외쳐왔다. 국내에서 와이브로가 잘돼야 해외에 수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입자 22만명에 불과하지만 KT 등 사업자들에게 와이브로 투자를 독려해왔다. 그러던 방통위가 느닷없이 뒷짐을 지려 하는 모습에 통신사업자들이 못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항간의 추측처럼 방통위가 '본때'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박영태 산업부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