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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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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익은 동치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뜰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

    백석의 시(詩)'국수'는 이렇게 이어진다.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시인에게 국수는 또 '지붕에 마당에 우물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루밤/ 아배 앞에,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오는 것'이었다.

    국수는 이렇게 정겨운 음식이다. 눈 내리는 겨울밤 온몸을 부르르 떨며 먹는 냉면,한여름 대낮에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칼국수,결혼식과 생일잔치에 빠지지 않는 잔치국수,여름철 별미 콩국수,분식집의 쫄면 할 것 없이 국수는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찾는 서민음식이다.

    같은 국수라도 중국에선 주로 반죽을 해서 잡아 늘이는 '납면법',우리나라는 눌러서 빼거나 뽑는 '착면법'으로 만든다. 자장면과 짬뽕은 물론 스파게티와 베트남 쌀국수에도 밀려 외식 메뉴론 도무지 힘을 못썼던 잔치국수와 비빔국수가 전문점을 통해 새로운 메뉴로 거듭나고 있다.

    냉면과 칼국수집이 아닌 국수집이 많아지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값이 싸다(3000~4000원)는 점에서 불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꼭 그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잔치국수는 담백하고,비빔국수는 매콤달콤하고 쫄깃한 맛이 사람들의 입맛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장터국수도 그렇지만 비빔국수의 경우 스파게티나 베트남쌀국수와 전혀 다른 맛과 특성을 지닌다. 2000년 이후 대 EU 수출품목을 보면 라면과 면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수 수요가 많아진다는 얘기다. 고추장 또한 올 들어 5월까지 작년 같은기간보다 72.9%나 증가한 545만달러어치가 수출됐다. 고추장은 또 최근 김치에 이어 국제규격 식품으로 공인받았다.

    고추장이 잘 팔리는 건 비빔밥과 떡볶이 등 한식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차제에 비빔국수도 한식 세계화 품목의 하나로 설정해보는 건 어떨까. 다이어트 효과는 물론 길고 가는 국수에 얽힌 의미를 강조하면 서구인들의 관심도 끌지 모른다. 요리하기 쉬운 만큼 일품 메뉴로 퍼뜨리면 고추장 수출도 더 늘어날 게 틀림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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