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미국 수녀들에 대한 두 가지 조사에 착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2일 보도했다.

교황청은 수녀들의 '삶의 질'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벌이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부분의 수녀들은 교황청이 '사회 활동에 적극적인 수녀'들을 골라내기 위해 조사를 벌이는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의 현대화를 촉구한 제 2차 바티칸 공의회(1962~65) 이후 미국 수녀들은 수녀복 착용을 중단한 것은 물론, 수녀원을 떠나 자유롭게 살면서 교육 문제를 포함한 각종 사회.정치적 현안 해결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벌여 왔다.

이번에 교황청이 미국 수녀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조사는 총 두 가지로, 하나는 교황청의 교리 담당자인 프랭크 로드 추기경의 명령 하에 '예수 성심(聖心) 사도회'의 메리 클레어 밀리아 원장 수녀가 진행하게 되며, 다른 하나는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주관으로 윌리엄 레바다 추기경이 진행한다.

밀리아 원장 수녀가 진행하는 조사는 수녀들이 소속 수녀원의 내부 규율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 종교적 삶을 위한 가톨릭 교회의 가이드 라인을 지키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며, 레바다 추기경이 이끄는 조사는 미국 수녀들의 95%가 가입한 단체인 '여성 종교인 지도자 회의'가 가톨릭 교의(敎義)를 따르고 있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이에 대해 '버클리 예수회 신학교'에서 영성학 담당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샌드라 슈나이더스 수녀는 "그들(바티칸)은 우리를 교회의 일꾼으로만 생각한다"면서 이는 성직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는 동시에 '인간다움'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에도 참여하길 원하는 대다수 수녀들의 생각과는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슈나이더스 수녀는 또 로드 추기경이 미국 수녀들의 '교회 밖 활동'에 비판적인 인물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동료 수녀들에게 이번 조사에 협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밀리아 원장 수녀는 일부 수녀들이 이번 조사에 대해 불쾌해 한다는 점은 알지만, 이미 조사 대상의 55%에 해당하는 수녀들이 직접, 혹은 서면으로 조사에 응했다고 말했다.

밀리아 수녀는 "이번 조사는 우리 자신을 재평가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레바다 추기경은 교황청이 '여성 종교인 지도자 회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은 이 단체가 세 가지 이슈와 관련해 교황청의 공식 견해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이 단체가 ▲신부 서품은 남성만 받을 수 있다는 점 ▲동성애에 대한 견해 ▲가톨릭 교회가 제 1의 구원자로서 기능하는가 등의 세 가지 문제에 대해 잘못된 견해를 피력했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rainmak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