夏~무더위 '훌훌~'…夏~ 입맛은 '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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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특히 맛있는 음식
여름철이면 흔히 보양식을 찾는다.
더운 날씨를 버티기 위한 음식이란 뜻이다.
한국음식에서 '보양'이라는 말에 담긴 의미는 밝은 면만 있는 게 아니다.
언뜻 보신탕이나 '몬도가네 음식'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 달리해 볼 필요가 있다.
여름에 흔히 먹는 음식의 식재료를 살펴보면, 그게 다 여름에 특히 맛있는 음식이다.
여름 제출 음식인 셈이다.
'보양'은 빼고 '맛'만 따져 여름에 먹을 만한 음식을 간추렸다.
▶▶ 복날 흔히 먹는 '삼계탕'
복날 가장 흔히 먹는 삼계탕은 더위를 이기는 데 특히 좋아 즐겨 먹었던 것만은 아니다. 춘삼월에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가 자라 딱 먹기 좋을 만큼,그것도 살이 연한 '영계'가 되는 시기가 바로 복날 즈음이다. 이 닭이 더 자라면 살이 질기고 퍽퍽해진다. 복날에 맞춰 삼계탕을 먹는 것은 맛있는 닭을 먹기 위한 전략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음식점에서 파는 삼계탕은 이런 '자연산 영계'로 요리되지 않는다. 양계장에서 단기간에 키운 닭으로 만드는 게 보통이다. 그런 '어린 닭'으로는 맛이 나지 않으니 인삼 외에 잡다한 것이 추가된다. 녹각에 밤,황기,당귀,잣 따위가 들어가는 것은 기본이다. 닭발 국물이나 소 사골 국물을 더하거나 곡물을 갈아 넣는 곳도 있다. 시골집에서 닭을 놓아기르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 부족하나마 양계장 닭으로 맛을 잘 내는 곳을 찾아야 하는 수밖에.
유명 삼계탕집은 복날에 가면 짜증이 난다. 한 시간 안팎 줄을 서야 하는 것은 예사이고,그 많은 양을 제대로 요리해 낼까 싶기도 하다. 어떤 음식이든 느긋하게 즐기는 것이 좋다.
▶▶ 입맛 돋우는 기름진 '갯장어'
갯장어는 남해에서 5월부터 11월까지 잡힌다. '아나고'라고 불리는 붕장어와는 다르며,흔히 참장어라고도 한다. 일본인들은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 갯장어를 육수에 슬쩍 데쳐 먹는다. 이를 '유비끼'라 한다. 이 갯장어가 7월을 넘기면 몸에 기름을 축적시키는데,이때부터 일본인들은 기름지다고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입맛에는 이 기름진 갯장어가 더 맞는다. 기름진 갯장어의 요리법은 '유비끼'가 아니고 구이나 탕이 어울린다.
갯장어 구이는 소금을 뿌려 굽기만 하면 된다. 기름이 너무 많아 느끼하다 싶으면 양념구이도 괜찮다. 갯장어탕은 토막 낸 갯장어를 뭉긋한 불에 장시간 끓여 고사리,숙주,토란대,깻잎,고춧가루 등을 넣고 한소끔 불을 올린 후 마늘,초피가루,풋고추 등으로 양념한 음식이다. 개운하고 구수하기로는 여름에 이만한 음식이 없다.
▶▶ 숙성 구이가 맛있는 '민물장어'
여름에 민물장어가 특별히 맛있다는 구체적 자료는 없다. 또 우리가 먹는 것은 거의가 양식인지라 계절에 따른 맛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여름에 더 맛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민물장어가 강에서 5~12년간 살다 알을 낳기 위해 태평양 한복판으로 나서는 시기가 8~10월이라는 것이다. 그 먼 바다로 항해하기 위해 여름에 특별히 몸에 살을 찌울 것이고,따라서 여름 민물장어가 특별히 맛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민물장어는 역시 구이이다. 한국인은 무조건 싱싱한 것이 맛있다는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민물장어는 손질한 후 적당히 숙성하고 구워야 맛도 더 있고 식감도 부드러워진다. 식당 입장에서는 하루 소요량을 예측할 수 없으니 손님 오는 대로 '생' 민물장어를 낼 수밖에 없기도 하다. 예약을 하면서 미리 잡아놓게끔 부탁하는 것도 한 요령이다.
▶▶ 조선시대 양반 보양식 '민어'
식도락가들은 여름이면 커다란 민어를 구해 회에다 민어 껍질과 부레 요리,매운탕을 먹는 호사를 부린다. 조선시대 서울 양반가의 여름 보양음식으로 여겼다. 그러나 민어가 여름 음식으로 각광받는 것은 몸에 좋기 때문만이 아니다. 민어가 여름에 특히 맛있기 때문이다.
민어는 서해안 회유성 어종으로 겨울에 제주 근해에서 살다 봄에 북상해 여름 들면서 인천 근해에서 산란을 하게 된다. 이때 민어는 살이 오르고 기름이 차 가장 맛있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 양반가 여름 별식이 된 것도 여름 포획지가 인천 앞바다였던 지리적 여건 덕이라 볼 수 있다. 민어회는 쫄깃한 식감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입에는 그다지 맛있다는 감흥을 주기 힘들다. 그러나 두툼하게 부친 전이나 얼큰하고 묵직하게 끓여낸 매운탕이 별미인 것은 확실하다.
▶▶ 시원한 해장국 '다슬기'
다슬기는 계곡,강,호수에 사는 민물고동을 가리킨다. 경남에서는 '고둥',경북은 '고디',전라도는 '대사리',강원도 '꼴팽이',충청도에서는 '올갱이' 등으로 불린다.
다슬기로 주로 해먹는 음식은 해장국이다. 다슬기해장국을 여름 음식으로 꼽은 이유는 여름에 계곡에서 피서 겸 다슬기 잡이를 흔히 하기 때문이다. 잡은 즉시 맑은 물에 빡빡 씻어 소금물에 삶은 후 다슬기 살만 바늘로 빼내 먹는 맛도 좋지만,그 국물에 된장 고추장 파 마늘 아욱 부추 등을 넣고 한소끔 끓인 뒤 다시 다슬기 살을 넣고 끓이면 그 시원한 맛을 이루 표현할 길이 없다. 경상도에서는 여기에 들깨나 찹쌀을 갈아 넣어 다소 걸쭉하고 고소한 맛을 더하는데,개운한 맛에 속까지 든든해지는 느낌이 있다.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foodi2@naver.com
더운 날씨를 버티기 위한 음식이란 뜻이다.
한국음식에서 '보양'이라는 말에 담긴 의미는 밝은 면만 있는 게 아니다.
언뜻 보신탕이나 '몬도가네 음식'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 달리해 볼 필요가 있다.
여름에 흔히 먹는 음식의 식재료를 살펴보면, 그게 다 여름에 특히 맛있는 음식이다.
여름 제출 음식인 셈이다.
'보양'은 빼고 '맛'만 따져 여름에 먹을 만한 음식을 간추렸다.
▶▶ 복날 흔히 먹는 '삼계탕'
복날 가장 흔히 먹는 삼계탕은 더위를 이기는 데 특히 좋아 즐겨 먹었던 것만은 아니다. 춘삼월에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가 자라 딱 먹기 좋을 만큼,그것도 살이 연한 '영계'가 되는 시기가 바로 복날 즈음이다. 이 닭이 더 자라면 살이 질기고 퍽퍽해진다. 복날에 맞춰 삼계탕을 먹는 것은 맛있는 닭을 먹기 위한 전략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음식점에서 파는 삼계탕은 이런 '자연산 영계'로 요리되지 않는다. 양계장에서 단기간에 키운 닭으로 만드는 게 보통이다. 그런 '어린 닭'으로는 맛이 나지 않으니 인삼 외에 잡다한 것이 추가된다. 녹각에 밤,황기,당귀,잣 따위가 들어가는 것은 기본이다. 닭발 국물이나 소 사골 국물을 더하거나 곡물을 갈아 넣는 곳도 있다. 시골집에서 닭을 놓아기르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 부족하나마 양계장 닭으로 맛을 잘 내는 곳을 찾아야 하는 수밖에.
유명 삼계탕집은 복날에 가면 짜증이 난다. 한 시간 안팎 줄을 서야 하는 것은 예사이고,그 많은 양을 제대로 요리해 낼까 싶기도 하다. 어떤 음식이든 느긋하게 즐기는 것이 좋다.
▶▶ 입맛 돋우는 기름진 '갯장어'
갯장어는 남해에서 5월부터 11월까지 잡힌다. '아나고'라고 불리는 붕장어와는 다르며,흔히 참장어라고도 한다. 일본인들은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 갯장어를 육수에 슬쩍 데쳐 먹는다. 이를 '유비끼'라 한다. 이 갯장어가 7월을 넘기면 몸에 기름을 축적시키는데,이때부터 일본인들은 기름지다고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입맛에는 이 기름진 갯장어가 더 맞는다. 기름진 갯장어의 요리법은 '유비끼'가 아니고 구이나 탕이 어울린다.
갯장어 구이는 소금을 뿌려 굽기만 하면 된다. 기름이 너무 많아 느끼하다 싶으면 양념구이도 괜찮다. 갯장어탕은 토막 낸 갯장어를 뭉긋한 불에 장시간 끓여 고사리,숙주,토란대,깻잎,고춧가루 등을 넣고 한소끔 불을 올린 후 마늘,초피가루,풋고추 등으로 양념한 음식이다. 개운하고 구수하기로는 여름에 이만한 음식이 없다.
▶▶ 숙성 구이가 맛있는 '민물장어'
여름에 민물장어가 특별히 맛있다는 구체적 자료는 없다. 또 우리가 먹는 것은 거의가 양식인지라 계절에 따른 맛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여름에 더 맛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민물장어가 강에서 5~12년간 살다 알을 낳기 위해 태평양 한복판으로 나서는 시기가 8~10월이라는 것이다. 그 먼 바다로 항해하기 위해 여름에 특별히 몸에 살을 찌울 것이고,따라서 여름 민물장어가 특별히 맛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민물장어는 역시 구이이다. 한국인은 무조건 싱싱한 것이 맛있다는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민물장어는 손질한 후 적당히 숙성하고 구워야 맛도 더 있고 식감도 부드러워진다. 식당 입장에서는 하루 소요량을 예측할 수 없으니 손님 오는 대로 '생' 민물장어를 낼 수밖에 없기도 하다. 예약을 하면서 미리 잡아놓게끔 부탁하는 것도 한 요령이다.
▶▶ 조선시대 양반 보양식 '민어'
식도락가들은 여름이면 커다란 민어를 구해 회에다 민어 껍질과 부레 요리,매운탕을 먹는 호사를 부린다. 조선시대 서울 양반가의 여름 보양음식으로 여겼다. 그러나 민어가 여름 음식으로 각광받는 것은 몸에 좋기 때문만이 아니다. 민어가 여름에 특히 맛있기 때문이다.
민어는 서해안 회유성 어종으로 겨울에 제주 근해에서 살다 봄에 북상해 여름 들면서 인천 근해에서 산란을 하게 된다. 이때 민어는 살이 오르고 기름이 차 가장 맛있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 양반가 여름 별식이 된 것도 여름 포획지가 인천 앞바다였던 지리적 여건 덕이라 볼 수 있다. 민어회는 쫄깃한 식감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입에는 그다지 맛있다는 감흥을 주기 힘들다. 그러나 두툼하게 부친 전이나 얼큰하고 묵직하게 끓여낸 매운탕이 별미인 것은 확실하다.
▶▶ 시원한 해장국 '다슬기'
다슬기는 계곡,강,호수에 사는 민물고동을 가리킨다. 경남에서는 '고둥',경북은 '고디',전라도는 '대사리',강원도 '꼴팽이',충청도에서는 '올갱이' 등으로 불린다.
다슬기로 주로 해먹는 음식은 해장국이다. 다슬기해장국을 여름 음식으로 꼽은 이유는 여름에 계곡에서 피서 겸 다슬기 잡이를 흔히 하기 때문이다. 잡은 즉시 맑은 물에 빡빡 씻어 소금물에 삶은 후 다슬기 살만 바늘로 빼내 먹는 맛도 좋지만,그 국물에 된장 고추장 파 마늘 아욱 부추 등을 넣고 한소끔 끓인 뒤 다시 다슬기 살을 넣고 끓이면 그 시원한 맛을 이루 표현할 길이 없다. 경상도에서는 여기에 들깨나 찹쌀을 갈아 넣어 다소 걸쭉하고 고소한 맛을 더하는데,개운한 맛에 속까지 든든해지는 느낌이 있다.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foodi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