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거듭 주택대출을 조이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량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진동수 금융위원장도 "부동산 시장 불안이 우려되면 대출기준 강화 등 선제적 대응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지나치게 늘면서 서울과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 투기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사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우려의 단계를 넘고 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지난 2월 이후 매월 3조원 이상씩 늘었다. 이는 주택대출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06년 월평균 증가액(2조5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주택담보 대출이 늘면서 주택가격은 물론 인기 지역의 경우 전세가격마저 급등(急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우려되는 현상은 주택대출이 크게 늘면서 중소기업 대출은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는 점이다. 중기대출 순증 규모는 올 들어 5월까지는 월별 3조원 안팎을 유지했으나 6월에는 1조1000억원으로 급감했다. 6월 주택대출 증가분이 3조원 중반대인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올 상반기 은행의 중기대출 잔액도 16조2000억원 증가에 그쳐 주택대출 증가분(18조원)을 밑돌았다.

주택시장 과열과 부동산 투기 차단에 금융규제만한 수단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고 보면,정부의 이 같은 주택대출 규제는 충분한 당위성이 있다. 특히 하반기 경기가 살아나지 못해 집값이 급락하기라도 할 경우 가계대출 부실과 은행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다만 당국의 대출 규제에 유념할 점도 있다. 우선 주택담보대출에는 서민들의 생계자금 대출도 상당 비중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연초에 비해 주택구입용 대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생계자금용 대출 비중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많은 서민들이 집을 담보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은행들이 신용도 낮은 서민들의 주택대출부터 심사를 강화하고 나서면서 이들의 피해가 먼저 나타나고 있는 것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생계자금용과 주택구입용 대출을 구분, 선별적으로 규제하는 융통성과 미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주택대출 규제가 살아나는 주택경기를 다시 꺾는 부작용의 가능성도 주의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와 집값 폭등은 반드시 막아야 하지만 투기방지책이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부동산 정책의 탄력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